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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우화의 교훈

신들의 왕 제우스가 여우의 영리함과 민첩함에 감탄해 여우를 동물의 왕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신분상승을 통해 '권력의 서열'이 바뀐 여우가 어떻게 하는가를 몰래 지켜보았다. 벼락치기로 동물의 왕이 된 여우가 어느 날 가마를 타고 거드름을 피우며 행차를 하는데 제우스가 그 앞길에 풍뎅이 한 마리를 풀어놓았다. 풍뎅이가 가마 주위를 쉴 새 없이 돌아다니며 성가시게 굴자 참지 못한 여우가 왕의 체면이고 위엄이고 돌볼 겨를도 없이 가마에서 뛰쳐나가 풍뎅이를 잡으려고 이리뛰고 저리뛰었다. 그것을 본 제우스가 "역시 타고난 천성은 어쩔 수 없군!" 하고 여우를 전처럼 천한 신분으로 되돌려놓고 말았다. 이것은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다. 이 우화는 사람이 아무리 벼락출세를 하거나 벼락부자가 되더라도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촐랑대면 안된다는 교훈을 일러주고 있다. 이솝은 서기 전 6세기를 살다간 그리스의 우화작가다. 전쟁노예출신이라고 전하니 인생의 단맛ㆍ쓴맛을 골고루 맛봤을 것이고 인간의 속성에 관한 예리한 통찰력도 지녔던 모양이다. 그런 까닭에 그의 우화 하나하나에는 촌철살인의 날카로운 경고와 기지, 해학과 풍자가 담겨 있는 듯하다. 이솝우화의 매력은 직설적 표현보다 우회적 비유와 묘사를 통해 인생의 진리를 깨우쳐주는 데 있다. 제 분수를 모르고 설치는 사람, 지도자 자질이 부족한 인간들에게 주는 경고의 우화로 이런 이야기도 있다. 어느 날 뱀의 꼬리가 머리에게 이렇게 불평했다. "네가 나보다 뭐가 잘난 것이 있다고 늘 앞장서서 가느냔 말이다. 이제부터는 내가 앞장서야겠다." 그러자 머리와 몸통이 말렸다. "눈도 코도 없는 주제에 어떻게 앞장을 선다는 거냐?" 그러나 꼬리는 막무가내로 머리와 몸통을 이끌고 앞장서 땅바닥을 기어갔다. 그렇게 고집을 꺾지 않고 가다가 그만 절벽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그제서야 꼬리가 머리에게 빌었다. "머리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꼬리 주제에 머리노릇을 하려고 한 제가 죽일놈입니다!" 이솝우화 가운데 유명한 까마귀와 여우의 이야기도 지도자의 자질과 자격에 관해 일깨워주는 의미가 깊다. 까마귀가 고기 한덩이를 훔쳐 나뭇가지에 앉아서 막 먹으려고 하는데 여우가 나타났다. 여우는 그 고기를 빼앗아 먹으려고 꾀를 내 이렇게 말했다. "모든 새 가운데서 너야말로 가장 아름답구나! 우아한 몸매는 위엄이 넘쳐나고 윤기가 자르르 도는구나! 어느모로 보나 새들의 왕이 되기에 충분해. 그런데 멋진 목소리까지 갖췄다면 확실히 왕이 될 수 있을텐데.." 그러자 까마귀가 자신의 목소리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려고 부리를 벌려 까악하고 우렁차게 울었다. 그 통에 고깃덩이가 떨어지는 것도 몰랐다. 그 순간을 기다리던 여우가 잽싸게 달려가 고깃덩이를 받아 꿀꺽 삼키고 이렇게 놀렸다. "아아, 까마귀야! 만일 거기에 올바른 판단력만 갖췄다면 너는 새들의 왕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텐데, 참 안됐구나!" '신과 인간'은 이솝우화 가운데 인간의 본성을 훌륭하게 표현한 이야기의 하나로 꼽힌다. 처음에 신이 사람과 동물을 만들었을 때 생각이 없는 동물이 너무 많이 만들어졌으므로 그런 동물들을 망가뜨려 사람으로 다시 바꿨다. 그런 까닭에 겉은 사람이지만 속은 짐승과 같은 사람이 이세상에 많게 됐다. 요컨대, 사람의 탈을 썼다고 해서 모두 사람다운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요즘 세상에도 여우같은 자라느니 늑대같은 자라느니 곰처럼 미련한 자라느니 하는 말들이 떠돌고, 심지어 국회의원끼리도 걸핏하면 무슨 새끼니 무엇같은 놈이니 하고 동물을 빗댄 심한 욕설을 퍼붓고 있으니 그들을 대표랍시고 뽑아준 우리 국민이 얼마나 한심한가. 세상에 정직한 사람보다도 거짓말쟁이가 더 많기는 2,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나보다. 한 나그네가 사막을 여행하다가 길가에 홀로 서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 "당신은 누군데 여기 혼자 서 있는거요?" 여자가 대답했다. "내 이름은 진실이랍니다. 전에는 거짓말 잘하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갈수록 늘어나서 이제는 내가 머물 곳이 없어져버렸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나저러나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이솝우화는 '학과 공작'이다. 어느 날 공작이 학을 보고 이렇게 비웃었다. "나는 색깔도 화려한 갖가지 아름다운 깃털을 입고 있는데 너는 별로 이렇다 할 것이 없구나!" 그러자 학이 대답했다. "그렇지만 나는 하늘 높이 날아다니며 별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노래하지. 너야말로 기껏해야 여러 들새처럼 땅에서 뒤뚱거리며 걸어다니는 것이 고작 아니냐?" 아무리 권세가 좋고 돈이 많으면 뭐하나. 화려한 치장의 공작이나 뒤陋타??오리나 땅위에서 기어다니기는 마찬가? 구만리 장천을 춤추며 노래하는 학의 경지에 비할손가! /황원갑<소설가ㆍ한국풍류사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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