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일본 등 선진7개국(G7)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일제히 2%를 밑돌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 세계 동시 디플레이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2.8%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한 일본을 제외하면 G7 중 6개 국가의 물가 상승률이 각국 중앙은행의 물가관리 목표치인 2%를 밑돌았다. 그나마 일본의 물가 상승률이 2%를 넘어선 것은 경기호전 덕분이 아니라 지난해 1차 소비세율 인상(5→8%)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영국 텔레그래프지는 "올해는 G7 모두의 물가 상승률이 2%에 못 미칠 것"이라며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세계 경제를 휩쓸 수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G7 국가의 물가 상승률이 0%(이탈리아)~1.7%(캐나다)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선진국의 물가 상승률이 일제히 2%를 하회하는 것은 대공황기였던 지난 1932년 이후 처음이다.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진 국제유가는 전 세계의 물가하락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텔레그래프는 특히 현재의 저물가가 기업의 생산성 혁신 등에 기인해 상품 가격이 떨어지는 '좋은 디플레이션'이 아니라 수요부진에 따른 '나쁜 디플레이션'이라고 지적했다. 나쁜 디플레이션이 계속되면 소비자들은 앞으로 상품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소비를 미루게 되고 이는 수요부진과 기업의 고용 및 투자지출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성장침체나 둔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블룸버그 전망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4·4분기 경제 성장률은 전 분기와 같은 0.2%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기관 마킷의 크리스 윌리엄슨은 "유로존이 지난해 경기후퇴를 간신히 면했지만 올해는 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