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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이어 또 파열음… M&A서 곪은 상처 결국 터져

[유재한 사의 하이닉스 어디로] ■ 전격 사의… 무슨 일 있었기에 <BR>하이닉스 매각 싸고도 루머·갈등 불거지자 시장은 물론 금융당국도 불편한 기색 역력<BR>靑 "도무지 믿음이 안간다" 사실상 경질


하이닉스반도체의 매각 관련 기자간담회가 열린 지난 11일. 이날 저녁 금융당국과 청와대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어찌 보면 일개 기업의 매각에 불과한 것인데도 청와대의 기류까지 이상하게 돌아간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대건설부터 이어진 갈등의 골이 너무 컸다. 기업들로부터 말이 너무 많이 나왔다. 이번 문제는 곪은 게 터진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사실상 '인수합병(M&A)의 덫'에 빠진 것이고 그동안 파생된 '업보'를 짊어진 것이나 진배없다는 뜻이다. 유 사장의 전격적인 사의는 비단 일개 공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른바 '유재한 스토리'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유 사장은 11일 기자간담회를 연 후 기사가 나가자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대뜸 "20% 이내가 아니고 내외요"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수정을 요청했다. 자신이 말한 "입찰안내서에 하이닉스의 구주와 신주를 합쳐 20% 이내로 인수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는 발언 중 '이내'라는 표현이 잘못됐다며 정정을 요청한 것. 수십 개 언론매체가 발언을 비중 있게 보도했음에도 모든 기사를 세심하게 모니터링했던 것이다. 실제로 간담회에서 그는 연필을 들고 프리미엄 계산법까지 써가면서 구주의 인수규모보다 총 프리미엄이 가장 중요한 잣대라고 설명했다. 이는 하이닉스 매각에서 구매자와 원매자는 물론 정부 부처 등에서 얼마나 갈등이 첨예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 매각 당시에도 요로를 통해 기업들의 불만이 청와대 정무ㆍ민정라인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매각과정에서 생긴 파열음들도 청와대 쪽으로 속속 전해졌다"고 말했다. 사실상 경질됐다는 얘기다. 유 사장은 실제로 16일 "루머를 잠재우기 위해 열었던 11일 언론간담회에서도 항간의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해 개인적인 능력의 한계를 느낀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하이닉스 M&A에서 매각 성공보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추구했지만 결국 'M&A의 덫'에 스스로 빠져버린 것이다. 유 사장과 M&A의 악연은 지난해 최대 이벤트였던 현대건설 매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가(家)'의 적통성을 걸고 사활을 건 인수전을 벌였고 M&A사에 남을 다양한 사건들이 일어났다. 1라운드는 현대그룹이 5조5,000억원을 인수금액으로 써내 5조1,000억원을 제시한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승리했다. 매각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지난해 11월29일 현대그룹과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하지만 유 사장은 그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최종 의견조율이 안 된 상태에서 MOU를 체결했다"고 반발했다. 그는 대신 "현대그룹이 제시한 자금조달 방법에 의문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증빙자료 제출요구를 MOU에 넣었으며 이를 거부하면 MOU 해지가 가능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인수자금에 대한 증빙자료를 요청하는 일은 M&A 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반발하면서도 나티시스은행이 1조2,000억원을 대출했다는 확인서를 제출했다. 채권단은 대출확인서가 아닌 대출계약서 제출을 다시 요구했지만 현대그룹이 이를 끝내 거부하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했다. 현대그룹은 법원에 가처분 신청 및 소송을 내 사건은 장기화하는 듯했다. 이때 유 사장이 다시 나섰다. 그는 "현대그룹이 소송 등을 취하하면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도록 중재하고 이행보증금 반환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 하지만 양측 모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한달여의 시간이 흐른 후 법원이 현대그룹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자 채권단은 현대차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했다. 우여곡절 끝에 M&A가 마무리되긴 했지만 매끄럽지 못한 과정 탓에 시장은 물론, 금융당국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시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대건설 매각을 유 사장에게 맡겨놓았더니 제대로 일을 못해 불미스런 일이 생겼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며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 이번에 유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을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M&A 과정에서 불미스런 문제를 야기한 데 대한 문책성 인사로 보는 것도 이런 줄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2건의 M&A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소송이 남발하고 불만이 터져나온 데 따른 책임을 물었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유 사장은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일인 만큼 투명하게 일처리를 해야 한다고 믿었겠지만 이해관계자들의 견제가 극심한 M&A의 특성상 지나친 정보공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 같다"며 "정책금융기관의 초대 CEO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해보지도 못하고 M&A의 덫에 갇혀 낙마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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