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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펄프] 데이콤 주식투자 '구설수'
입력1999-06-16 00:00:00
수정
1999.06.16 00:00:00
박형준 기자
한달여만에 수십억원을 벌어들인 대한펄프의 데이콤주식 투자가 뒷말이 무성하다.16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펄프(대표 최병민)는 지난 10일 데이콤주식 21만5,190주를 260억3,800만원(주당 12만1,000원)에 처분했다. 이날 처분한 물량은 이미 가지고 있던 7만5,190주에 지난달 6일 추가로 취득한 14만주(주당 9만3,500원)을 보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한펄프는 90여억원의 투자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이런 수완을 단지 대한펄프의 투자능력으로만 보는 않으려는 것이 일부의 시각이다. 우선 투자시점 선택이 기막힐 정도로 잘 들어맞았다는 해석이다. 주식 매입과 매각시점이 LG그룹의 데이콤 경영권 인수와 관련해 중요한 사안이 생긴날과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대한펄프가 데이콤주식 14만주를 사들였던 지난달 6일은 삼성과 LG가 데이콤 경영권을 놓고 지분경쟁을 벌이면서 상승세를 타던 주가가 갑자기 아래로 곤두박질 한 직후였다. LG가 정부에 요구한 5% 지분제한 해제를 정부가 받아들이기로 방침이 정한 것으로 알려졌던 게 원인이었다.
매각시점도 그렇다. 매각날보다 일주일 정도 앞선 4일 참여연대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데이콤 지분을 취득한 LG그룹 관계회사에 대한 계좌추적권 발동을 촉구하고 나섰고 21만5,190를 판 10일은 공정거래위원회가 LG그룹 관계사들의 데이콤 지분 위장보유를 조사하겠다고 말한 때였다.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은 LG그룹의 데이콤인수와 관련, LG 총수 일가의 친인척이 대주주로 있거나 거래관계에 있는 관계사를 통해 20% 이상의 데이콤 주식을 보유해 왔다고 주장했다.
10일은 공교롭게도 또다른 LG그룹의 具씨 일가가 경영하고 있는 희성전선도 보유중인 데이콤 주식 24만8,700주를 처분한 날이다.
또 대규모 공장증설에 따라 부채비율이 업종평균에 비해 높은 편인데다 현금흐름이 원활치 못한 상태에서 한가지 주식에 130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쏟아붓는 것은 상식밖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한펄프는 97년부터 청주공장 백판지 3호기를 증설하는 과정에서 2,000여억원에 달하는 투자비를 대부분 차입금에 의존, 몇년째 현금흐름이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해왔다. 특히 돈이 한창 필요하던 시점에서 IMF체제를 맞아 조달금리가 12~13%에 달하는 등 자금문제로 고전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증권업계의 한 전문가는 『기업이 유가증권 투자로 수익을 내는 것은 경영활동의 일부지만 투기적이고 석연치 않은 투자는 오히려 기업이미지를 나쁘게 한다』며 『특히 최대주주의 친인척관계가 얽혀있는 경우라면 상황은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형준 기자 HJ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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