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포함해 올 들어 뜨겁게 달아올랐던 글로벌 주요국 증시가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독일 등 유럽 국채금리 상승, 차익실현 물량 증가 등이 표면적인 조정의 요인으로 꼽히지만 밑바탕에는 시장 상승의 원동력이 됐던 글로벌 유동성, 특히 유로 캐리 자금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또 영국 총선, 그리스 문제 등 주요 이벤트들도 대기하고 있어 글로벌 투자자금들이 관망 쪽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상승탄력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범유럽지수인 유로스톡스(Stoxx)50은 올해 1·4분기 동안 16.6% 상승했으나 지난 4월 월간으로는 처음 하락 전환했다. 유럽 증시의 랠리를 이끌던 독일 시장도 유로화 강세 전환 및 급등부담에 차익 실현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독일 증시는 지난달 29일 3.2% 하락하며 최근 1년 중 하루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 증시도 4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지수가 바이오기술주 거품 논란과 부진한 국내총생산(GDP), 달러화 강세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 등이 겹치며 상승탄력이 약화되고 있다.
엔저를 무기로 기업 이익이 개선되고 있는 일본 증시 역시 신용등급과 성장률, 물가전망이 내려가면서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4일부터 시작된 골든위크 연휴로 시장 참가자 축소에 따른 유동성 부족 속에 시장 변동성은 확대될 위험도 커지고 있다. 한국 증시도 이날 6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지난달 2,180선을 찍은 후 외국인 순매수 탄력이 줄어드는 모습이다.
글로벌 증시의 조정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우선 쉼 없이 달려온 지난 1·4분기와 달리 이제는 주식이 싸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글로벌 증시는 더 이상 싸지 않다"며 "유동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질적인 매력이 없는 상황에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지며 시장들마다 머뭇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환율 변수도 글로벌 유동성 공급을 죄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독일 금리 상승과 유로화 반등으로 유동성의 큰 줄기였던 유로 캐리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는 평가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자산매입에도 유로화와 독일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ECB의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증이 되고 있다. 한요섭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리 상승이 독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유가 반등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당분간 변동성 확대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글로벌 금리 상승과 유로 캐리 자금의 이탈로 유동성의 주식시장 유입이 주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발 리스크도 글로벌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사실상 그리스 디폴트 제어를 위한 마지막 공식 회의였던 유럽 재무장관 회의에서 개혁안에 대한 그리스와 채권단의 견해차가 다시 한 번 증명되며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오는 6월까지 총 104억유로 규모가 만기가 돌아오지만 상환 연장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리스에 이어 브렉시트(Brexit) 또한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오는 7일 영국총선에서 보수당 중심의 연정 구성시 유럽연합(EU) 탈퇴에 관한 조기 국민투표 실시 가능성에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류 팀장은 "당분간 주식 시장에서 기대수익률은 강세장을 거쳐온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이달 예정된 국내는 물론 해외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주요 이벤트들을 확인한 뒤 투자에 나서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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