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선박 수주량이 7년 만에 세계 1위를 되찾았다. 물론 한 달(1월) 통계에 불과하고 2월 통계에서는 한국이 1위를 탈환했으나 국내 조선업계는 연초부터 일본이 뚜렷한 약진을 보인다는 점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저가수주 공세뿐 아니라 세계 조선시장을 주름잡던 일본의 부활로 우려했던 '넛크래커(nut-cracker)' 현상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조바심에서다. 중국의 추격과 일본의 반격으로 국내 조선업계는 더욱 바빠졌다. 제대로 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자칫 '조선 강국'의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위를 유지하는 해법으로 '고급화' '다양화' '친환경' 전략을 제시한다. 특히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뚝심으로 조선소도 없이 배를 수주하며 대한민국 조선업의 역사를 새로 썼듯이 크루즈선이나 해양플랜트처럼 고난도 조선시장의 길을 헤쳐나가는 추진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재기 노리는 일본, 기술 쌓는 중국=국제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1월 일본 조선사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45.9%를 차지하며 2008년 3월 이후 7년 만에 세계 1위로 올라섰다. 한국은 30.9%로 2위, 중국은 17.6%로 3위를 기록했다. 1950년대부터 2003년까지 줄곧 세계 1위를 달렸던 일본은 한국에 패권을 내줬지만 최근 엔화 약세에 따른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재기를 꿈꾸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 내 조선사 간 합병과 공동출자 등 구조조정이 진행되며 5개사 중심의 대형화 체제를 갖춘 뒤로 영향력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중국 조선업체들도 기술력 부족을 정부의 탄탄한 금융지원으로 만회하며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등을 고르게 수주하고 있다. 저가선 부문에서는 사실상 중국을 당해낼 경쟁자가 없는 게 현실이다. 빠르게 기술을 쌓고 있는 중국은 점차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도 뛰어들며 국내 조선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고급화·다양화·친환경 전략 펼쳐야=한국 조선업이 샌드위치 신세를 면하기 위한 전략은 고급화와 다양화·친환경으로 요약된다. 중국이나 일본보다 한발 앞선 LNG선과 대형 컨테이너선, 탱커의 건조 능력을 바탕으로 해양플랜트나 크루즈선 등 고부가가치선 건조를 위한 기술력을 쌓아야 차별화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가 급락으로 해양플랜트 시장이 침체 국면을 맞았더라도 중장기적 성장을 위해 핵심인력 확보와 해양 기자재 국산화에 나서야 할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장은 어렵더라도 고부가가치선 산업 생태계를 만들며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벌크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선종의 다양화다. 수요가 많은 벌크선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되 비용을 최소화하고 품질을 높여 중국·일본과 차별화하는 것이다. 신동식 한국해사기술 회장은 "벌크선 시장을 놓기보다 수익을 낼 방안을 찾아 일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탄소배출권 규제 등 환경정책 흐름에 발맞춰 친환경 선박에 대한 관심도 요구된다. 홍 연구위원은 "친환경 선박 수요는 지속되므로 친환경 엔진이나 첨단소재 개발을 통해 시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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