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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이명박 대선 후보 확정' 이례적 침묵

李 지지율 급상승…흔들어도 득보다 실이 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지난 20일, 노무현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 대변인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의 입’인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전례상 대통령이 다른 당의 대선 후보 결정에 코멘트하는 일은 없다. 잘 됐으면 하지만 특별히 코멘트 할 것은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노 대통령이 올 들어 내내, 특히나 이 후보에 대해서 ‘경제 대통령 불가론’을 외치면서 수위를 넘을 정도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던 점을 감안하면 ‘무반응’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모습이 일정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적어도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오는 10월 초까지는 이 후보에 대한 정면 공격을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당분간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함께 임기 중 최대 치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외교 분야에 전념할 것이라는 게 첫째 이유다. 이른바 ‘평화 모드’에 전념하는 것 자체가 범여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의 일정도 10월 초까지는 해외순방과 이에 맞물린 정상회담으로 빠듯하다. 또 하나는 당의 후보로 공식 선정된 효과가 적어도 한달 정도는 갈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경선 직후 이 후보의 지지율은 60% 언저리까지 수직 상승했다. 이 동안 노 대통령이 흔들어본들 득(得)보다 실(失)이 클 수밖에 없다. 범여권의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대통령이 나서는 것은 명분도 없을 뿐더러 효과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이 계속되는 시점에서 정치권의 이전투구에 대통령이 전면에 나설 경우 국민들의 거부감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침묵’이 마냥 지속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입을 열 시기는 10월 초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뒤가 될 듯하다. 이때쯤이면 범여권의 후보 선정 작업이 대략 윤곽을 드러내고 이 후보에 대한 제2의 검증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범여권 후보와의 1대1 구도가 정립되면 공세의 수위가 더욱 올라갈 공산이 크다. 한반도 대운하 보고서에서 보듯 이 후보의 정책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격도 맞물릴 수 있다. ‘747 공약’과 감세정책 등은 대선 막판까지도 대립 도구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올 초부터 이미 필드(대선무대)의 심판이 아니라 선수로 뛰어온 노 대통령. 이제 필드에 어느 시점에 또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인지, 등장한다면 최전방 공격수일지 아니면 미드필더나 후방 수비수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이명박 후보 관련 발언들

▲"국민에 행복을 가져다 준 지도자는 경제만 하는 기술자가 아니었다." ▲"경제 문제는 대선 후보 간 차별화가 불가능하다. 경제는 기본이며 열정과 성실성, 사회복지에 대한 의지, 민주주의와 사회적 자본에 대한 인식 등이 시대정신이 될 것." ▲"운하가 우리 현실에 맞는 것이냐. 우리 사회 역사가 퇴행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스럽다." ▲"정치를 잘 알고 가치를 말하고 정책을 말하는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특히 정치를 잘 알았으면 좋겠다." ▲"부동산 투기든 무엇이든 해서 무조건 부자가 되는 것이 경제를 하는 것이 아니다."(변양균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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