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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운호 웅진식품 대표이사

대추와 매실음료로 잘 알려진 기업이니 만큼 웅진식품 조운호 사장과 마시는 차는 대추차나 매실차가 되겠거니 생각했지만, 뜻밖에 조 사장이 권한 것은 `보이차`. 찻잎을 땅 속에서 몇 년 동안 삭혀서 만든 것이라며, 조 사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각종 차에 대해 꽤 자세한 설명을 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우리 고유의 차, 나아가 아시아 고유의 음료에 대한 그의 열정과 안타까움, 애정이 전해지면서, 차에 대한 그의 박식함이 절로 이해가 됐다. “서구 음료 문화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린 지 50여년, 지금까지 우리가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지켰습니까. 받아들이기와 따라하기에 급급했던 것이 현실입니다.” 국제화니 글로벌 스탠더드도 중요하지만, 일방적인 선진국 따라가기를 지양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전통 음료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듯했다. 그러면서 그가 글로벌리즘의 대안으로 주장하는 생각은 `지구화(얼시즘ㆍearthism)`, 우리 말로 하면 `얼쑤이즘`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세계 공통의 가치와 기준을 확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국이 가진 개성과 특성을 인정하고, 이를 서로 공유하는 가운데 모두가 신바람나는 세상을 일궈야 한다는 것이 이 시대의 가치라고 생각됩니다.” 개도국이 선진국 논리에 따라가기만 하는 세계화와는 달리, 모두가 열린 공간에서 공존하고 공명하는, 흥겨운 우리의 놀이 마당이 앞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라는 것.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자신의 믿음도 `얼쑤이즘`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우리가 고유하게 가진 것 중에 세계에서 인정받는 것, 우리가 최고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기업인의 과제”라고 그는 덧붙였다.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수산물 시장 개방 압력도 같은 논리를 적용해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농산물을 수입해야 한다면 이를 원료로 가공산업을 육성해 역수출하면 됩니다. 또 우리나라에서만 나는 작물을 찾아내어 제품을 개발하면 됩니다. 그렇게 국내 시장을 키우면 수입억제와 해외수출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가령 웅진식품의 대표 제품인 쌀 음료의 경우, 해마다 해외 수출이 50% 이상씩 늘어나면서 현재 25개국 시장을 뚫은 상태. “20세기 들어 우리 입맛이 오렌지와 커피, 콜라, 사이다 맛에만 길들여졌지만, 고유 음료는 분명 시장이 있는 부문이고 세계로 뻗어나갈 발판이 될 수 있는 영역”이라고 그는 단언했다. 그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우리와 입맛이나 정서가 비슷한 아시아 시장이다. 세계 인구의 60% 이상이 아시아에 집중된 점을 감안할 때, 궁극적으로는 아시아 시장이 세계 입맛의 60%, 적어도 절반 이상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은 아시아 전통 음료에 대한 “수요는 있지만 시장은 없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 입에 맞는 제품만 개발된다면 인구 수에 비례할 정도로 아시아 음료 시장은 급팽창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성장 속도 등을 감안할 때 조 사장은 그 시점을 비교적 가까운 20년 후로 내다보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 가장 맞는 음료는 곡물로 만든 곡차와 모과나 매실 등 동양 과실차로 보고 있습니다. 세계 음료시장이 현재 300조원, 나아가 500조원까지 클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 중 250조원은 아시아 음료가 장악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 15조 정도의 시장에 그치는 점을 감안하면 200여조라는 거대한 시장이 무주공산인 셈입니다. 이 시장에 먼저 깃발을 꽂아 세계적인 음료회사로 발돋움하는 것이 웅진식품의 장기 비전입니다.” 국내 시장 역시 `포화`로 단정지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물가수준이나 인구를 감안할 때 국내 음료 시장은 일본의 20% 선이 적정선. 하지만 실제로는 30조에 달하는 일본 시장의 10%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라진 3조원 시장은 가정에 묻혀 있습니다. 즉 수요는 있지만 상품화가 되지 않은 것입니다. 보리차처럼 집에서 만들어 마시는, 수요는 있지만 제품으로 시장을 형성하지 못한 분야가 앞으로의 제품 개발에 주력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깡통장사, 물장사가 되서는 안된다”고 조 사장은 덧붙였다. “코카콜라가 미국 문화의 상징이 됐듯이, 음료 제품 역시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 제품과 한국 문화의 접점을 조 사장은 `축제`에서 찾았다고 한다. “이 생각의 발현이 올해부터 본격화한 매실축제 지원사업입니다. 내년부터는 학술대회를 통해 매실 뿐 아니라 축제문화, 매실을 통한 문화상품 개발에 대해서도 논의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문화적인 가치와 경제성의 동시 추구, 즉 문화를 경제공동체에 접목시키는 것이 앞으로의 경제사회의 모습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 경영철학과 스타일 전통음료 업체로 잘 알려진 웅진식품 조운호 사장의 믿는 음료사업의 대명제는 `가장 한국적인 음료가 가장 세계적인 음료`라는 것. 이 같은 명제에 따라 그는 웅진식품을 `우리 음료의 자존심과 세계 속의 자부심을 지향하는 마실거리 문화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조 사장에게 웅진식품이라는 기업은 단순히 음료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라, 우리 고유 문화의 일부인 `마실거리`를 생산하고 이를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에 알리는 `문화의 전도사`이 셈. 음료 생산업체로서 소비자들이 삶의 질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도록 정신의 충만함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조 사장이 세운 기업 이념이다. `음료수 한 잔에 너무 거창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다소 들기도 한다. 하지만 조사장에게는 “음료는 곧 생명”이며, 그의 이 같은 제품 철학이 과거, 그리고 앞으로의 웅진식품의 경영 및 제품 개발에 가장 기본적인 토대를 이루고 있다. 즉, 인간 활동의 에너지가 되는 자연의 생명력, 그리고 한국적인 문화와 정서까지도 느끼게 하는 소재와 맛을 담아내야 한다는 것. `생명론`으로 이름 붙인 이 같은 철학 아래, 조 사장은 “몸에 좋지 않은 식음료 제품으로 기업을 키우기는 싫다”고 단언한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존재이긴 하지만, 건강에 해로우면서 입맛만을 자극하는 제품으로 돈벌이를 하기 보다는, 삶의 에너지가 되는 제품을 정성스레 담아 낸 `명품 식음료`를 만드는, `꼭 필요한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가 주장하는 제품 개발의 또다른 철학은 `존재론`. 다시 말해 `기업은 상품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경영 이념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해도, 상품이 존재하지 않는 한 기업은 소비자와 공존할 수 없고, 소비자와 공존하지 못하는 기업은 사회적, 나아가 인류적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는 것. 음료 제품에 있어 상품화의 기본은 `용기`다. 서양에서 발명된 용기 제조기술을 받아들여 그 속에 우리의 문화와 정서,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소재를 담아 세상에 선보인다는 `용기론`까지, 세 가지 제품 철학을 신념으로 전통음료 시장을 이끈다는 것이 조 사장의 신념이자, 경영인으로서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약력 ▲62년 해남 ▲부산상업고 ▲부산산업대(현 경성대) 회계학과 ▲90년 웅진그룹 입사 ▲95년 웅진식품 기획실장 ▲99년 웅진식품 대표이사 ▲2001년 고려대 서비스경영연구센터 자문위원 한국디지털경영인협회 명예위원 ▲2002년 세계경제포럼(WEF) `아시아 차세대 지도자`선정 ▲2003년 아시아비전위원회 공동위원장 산농경제공동체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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