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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무대야? 영화 촬영장이야?

설치작가들의 ‘공간’ 주제 이색 전시회 ‘쌍쌍 Pairs’<br>문흥진흥원 마로니에 미술관 9월14일까지

유영호의 ‘프라이스숍’

설치는 물론 비디오, 사운드, 조명, 사진 등에 이르는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연극의 한 장면이나 영화촬영장을 연상하게끔 꾸며진 공간의 이색전시가 열린다. 문예진흥원 마로니에미술관이 기획한 ‘쌍쌍 Pairs’전이 29일부터 대학로 마로니에미술관에서 열린다. ‘공간연출’ ‘상황연출’을 조형의 기본방향으로 택한 이번 전시에서 각 작가들은 풍경, 건축, 무대 등을 염두에 두고 파노라마적으로 공간을 펼쳐보인다. 참여작가들은 30대 후반 40대 중반의 설치작가들로 오인환ㆍ김상균 등 10명이다. 작가들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공간을 미술관안으로 끌어들인다. 거대한 건축물의 외관, 잘 조성된 정원, 소지품 보관소, 깔끔한 아트숍 등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공간들이다. 이밖에도 음악감상실, 테마파크, 댄스홀등이 매우 다채롭게 공간을 꾸민다. 참여작가들의 작품내용을 보면 우선 오인환과 장윤성은 하나의 물리적 공간이 두 가지 이상의 의미로 기능한 상황을 연출한다. 오인환은 소지품 보관소나 사진 촬영스튜디오를 만들어낸다. 미술관안으로 들어온 이들 장소를 관객들은 어떻게 활용하고 체험하는 것을 관찰한다. 장윤성은 음악감상실, 그림자 놀이공간을 만들어내는데, 여러장르의 음악에 따라 달라지는 조명시설을 설치한다. 관람객들은 설치버튼을 눌러가면서 변해가는 음악감상실과 그림자놀이를 하면서 자신들만의 색다른 공간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 유영호와 김상균은 성과 속의 경계를 의심하게 만드는 상황을 연출하는데, 유영호는 매우 화려하고 세련된 숍을 전시장에 세운다. 좌우대칭의 반짝거리는 숍은 고급스러움과 동시에 엄숙한 성전을 연상시킨다. 숍이지만 진열된 물건은 없다. 관람객들 스스로 진열할 상품을 상상하게 하는 전시다. 김상균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동일한 형태의 시멘트 블록을 가지고 높이 5m의 거대한 콘크리트 건축물을 구축하여 미술관 안에 놓는다. 손정은과 김태곤은 정원을 소재로 ‘미술관에서 생긴일’이라는 흥미로운 이야깃 거리를 만들어간다. 미술관 안에 그대로 들어앉은 정원은 미술관람이 주로 피로를 없애주는 동시에 미술관에 박제된 아름다움, 죽은 ‘영원’인 미술품을 조롱한다. 김지현과 박혜성은 비디오 설치를 병행하여 가상과 현실의 지속적인 교차와 중첩을 통해 또다른 현실, 그러나 명백한 우리의 현실을 전시장안에서 풀어낸다. 김지현은 실제 전시공간에 붉은 커튼이 드리워진 무대를 만들고 그 위에 탱고 춤을 추는 댄서의 움직임을 영사한다. 김지현은 지난 5년간 탱고를 본격적으로 배운 실력을 이번에 공개하는 것이다. 전시는 9월14일까지. (02)760-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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