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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특검 이후의 과제
입력2003-06-25 00:00:00
수정
2003.06.25 00:00:00
손철 기자
대북송금 의혹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송두환 특별검사팀이 25일 70일간의 수사일정을 마치고 관련 혐의자들에 대한 공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특검팀은 현대그룹을 통해 북한에 전달된 4억5,000만 달러 중 1억 달러는 정부가 정상회담의 대가로 지급키로 한 사실을 밝혀냈다. 대북송금이 남북정상회담의 대가인지를 가리는 게 주된 임무였던 특검팀은 수사기간 연장의 거부와 같은 여러 제약 속에서 진행된 수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대가성을 입증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현대의 대북사업 독점권에 대한 대가와 남북정상회담 성사의 대가가 혼재된 이 사건 수사에서 양자를 구분 짓기란 매우 어려운 과제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정부가 부담키로 했다는 1억 달러만으로 정상회담 대가가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대북송금 전과정에서 김대중 정부가 어떤 역할을 했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에 대한 김대중 정부의 공식적인 견해 표명에 관한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대북송금이 정상회담 대가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사건의 주도자로 구속 기소된 박지원 전 문광부 장관은 “1원 한푼 준 적이 없다”고 국회증언에서 말했고, 특검 수사에서도 국회증언 이전에는 송금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 같은 멀쩡한 거짓말도 문제지만 그런 거짓말을 하게 된 배경이 더 문제다.
이 같은 특검의 수사결과로 남북정상회담이 남북간의 교류확대와 긴장완화에 기여한 사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남북정상회담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특검팀은 이 사건과 관련해 박지원씨 외에 이기호 전 청와대경제수석, 이근영 전 산업은행 총재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임동원 전국정원장,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등 5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전체 관련자 17명 가운데 절반 이상에 대해 혐의를 면제한 것이다. 정부 내 소수의 과잉충성 세력들이 주도한 사건에 대해 주변세력에 까지 책임범위를 넓힐 필요는 없었다는 판단이었다고 본다. 현대관계자들이 불구속 기소된 것은 박지원씨와 함께 사건을 주도한 점이 명백하지만 대북사업의 추진주체라는 점에서 남북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사건에서 가장 미진한 것은 박지원씨와 관련된 150억원 비자금 사건이다. 특검팀이 대북송금과 연관됐다는 판단하에 수사연장을 요청했으나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거부됐다. 이 사건은 발생과 전개과정이 의혹 투성이고, 박씨와의 연관성에 상당한 근거가 있어 보인다. 앞으로 또 다른 특검 아니면 검찰이 이 사건 수사를 맡게 될 것이나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진실이 규명돼야 할 것이다.
<손철기자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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