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환시장과 채권시장도 미국 주식시장 급락세에 영향받아 출렁거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안전자산 선호도가 고조됐고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주식을 파는 대신 달러와 채권을 사들이면서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의해 환율과 금리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1일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5원70전 오른 948원5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서브프라임 사태가 일어났던 8월17일(950원40전) 이후 최고치다. 상승폭으로도 지난해 12월18일(5원80전)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주가 급락이 환율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이 3,900억원가량 주식을 순매도했고 이를 역송금하기 위한 달러 수요로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올들어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규모는 무려 6조원에 달한다. 미국의 경기부양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가 급락한 점도 안전자산인 달러화 선호 현상을 강화시킨 요인이다. 구길모 외환은행 차장은 “미국 주식시장 불안요인이 최근 환율상승의 주요인”이라며 “그동안 관망세를 보였던 기관들도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사 등 수출업체들도 달러매도를 중단하고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덧붙였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상승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심리적 지지선인 950원대와 지난해 말 장중 고점인 952원 탈환 시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작업이 가속화되면서 엔화 역시 초강세를 보였다. 외환시장에서 원ㆍ엔 환율은 100엔당 6원90전 오른 888원36전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5년 11월9일 891원43전 이후 최고치다. 채권시장도 장중 금리가 요동쳤다. 세계증시 불안으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진데다 특히 국내외 금리차익을 따먹기 위한 외국인의 재정거래 매수가 불을 뿜으면서 채권금리는 연일 하락세를 연출 중이다. 이날 역시 외국인이 국채선물시장에서 1만계약에 가까운 순매수를 기록하면서 국채선물은 전일 대비 20틱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단기간에 금리가 급락했다는 인식이 국내 기관 사이에 퍼지면서 증권사ㆍ은행들이 강한 매도에 나서 금리는 결국 강보합 수준에서 마쳤다. 국채선물은 전일 대비 3틱 오른 107.08로 마감했다. 결국 이날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은 전일 대비 0.01%포인트 내린 연 5.35%를 기록했다. 국고채 5년물은 0.02%포인트 하락한 연 5.38%를 나타냈다. 국고채 10년물과 20년물도 각각 0.02%포인트씩 내린 연 5.41%, 5.45%였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전일 대비 0.01%포인트 하락한 5.86%를 기록, 전고점인 10일 5.89%에서 0.03%포인트 떨어져 금리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하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외국인들의 재정거래 차원의 국내 채권매수는 계속될 전망”이라며 “하지만 국내 기관들의 조정심리도 강해 금리 급락세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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