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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마술에 걸려든 느낌
입력2004-04-01 00:00:00
수정
2004.04.01 00:00:00
조훈현의 50. 이것이 전세계를 놀라게 한 천하묘수였다. 검토실의 모니터에 그 수가 보이자 검토실의 모든 기사들은 할말을 잊고 얼어붙었다. 잠시 후에 윤기현 9단이 탄식하듯 뇌까렸다.
“그래. 그게 있었어.”
일단 흑으로서는 51로 따내지 않을 없다. 그때 조훈현의 52가 또한 준비된 수였다. 흑53은 절대. 뒤이어 조훈현은 백54로 몰아붙였다.
“허! 드디어 오목이 완성되었나.”
윤기현9단의 탄식 소리. 참으로 묘하고 묘한 일이었다. 오목이 아니고 분명히 바둑이건만 오목이라고 밖에 여길 수 없는 기묘한 돌의 배합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후일 대국 당사자인 김승준은 말했다.
“전혀 예기치 못했던 상황이었다. 마치 마술에 걸려든 느낌이었다. 낭패감보다는 환희 비슷한 놀랍고 신기한 기분이었다.”
상식적으로는 백이 무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축이 되지 않는 자리를 억지로 몰다가 양단수를 당하여 우수수 무너지는 것과 같은 양상이 아닌가. 그러나 놀랍게도 이 괴이한 수순들의 종착역에는 흑의 패망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흑55는 김승준이 얼마나 황당한 기분이었나를 보여준다. 이 수로는 참고도 의 흑1에 몰고 7까지로 교환(백6은 3의 아래 따냄)하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었다.
/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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