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탓 말고 블루오션 찾아라" 韓부총리, 기업 투자촉구 발언 잇따라일각 "정책 주도권 회복위한 정치적 포석" 해석도 이종배기자 ljb@sed.co.kr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연초에 취임한 후 보기 드물 정도로 기업의 투자와 관련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내지 않고서는 내수회복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 탓만 하지 말라"는 연이은 발언에는 기업들에 대한 섭섭함도 묻어 나온다. 한 부총리는 1일 휴가에서 돌아온 직후 가진 간부회의에서 "기업들은 정부의 규제 탓만 하지 말고 수익 모델을 찾아 연구개발 등을 통해 블루오션을 찾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7월28일 전경련 제주 포럼에서 "기업들은 때만 되면 (규제를 풀어달라고) 성명서를 발표하지 말고 투자 노력에 힘써야 할 것"이라며 포문을 연 데 이어 31일에도 방송에 출연, "(출자규제 등) 정부 규제에 대한 논쟁을 마무리하고 수익 모델 창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기업들을 압박하고 나서는 등 불과 닷새 만에 세 차례에 걸쳐 재계를 향해 "규제 탓만 하지 말라"는 말을 되풀이한 것이다. 한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정부는 물론 재계 안팎에서도 엇갈리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김경호 재경부 홍보관리관은 부총리의 발언이 기업 때리기로 비쳐지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며 "정부는 규제를 풀고 기업은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등 힘을 모아보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도 최대한 규제를 풀어줄 테니 기업들도 '우는 아이 보채듯' 정부에만 매달리지 말고 투자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능동적으로 찾아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부총리는 이달 중 수도권 공장 신설을 선별적으로 허용하는 등 규제완화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환경단체 등의 반발을 무릅쓰고 정부가 규제완화에 나서기로 한 만큼 재계도 그에 상응하는 '명분'을 정부에 줘야 한다는 해석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기업들이 블루오션을 찾는 등 투자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우선적으로 보여줘야 정부도 보다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경제정책의 주도권 회복 등 정치적 포석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여당을 중심으로 삼성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데다 일련의 경제정책 수립과정에서 재경부가 힘을 못 쓴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승철 전경련 상무는 "기업들이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부총리의 지적에는 어느 정도 동감한다"며 "하지만 같은 수익 모델이라도 외국에서는 돈이 되고 우리나라에서는 돈이 되지 않는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상무는 "한 예로 공장 하나를 설립하는 데 금융비용 외에 들어가는 각종 부대비용 때문에 투자가 어렵게 된다"며 "결국 이는 투자 리스크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부총리로서는 재계가 보다 능동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을 원하지만 아직은 둘 사이의 궁합이 확실히 맞지 않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한 부총리가 차제에 경제 5단체장이나 재계 총수들과의 회동을 통해 '투자 확대를 위한 합의의 무대'를 만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우회적 발언으로 재계의 투자를 독촉할 경우 자칫 규제를 놓고 정부와 기업들의 생각이 엇갈리고 있다는 시각을 시장에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부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와 정책주체 간의 갈등의 골을 메우는 게 급선무"라며 "규제 논쟁은 경기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입력시간 : 2005/08/0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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