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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개벽론

2002년 7월 평양은 '천지개벽'을 향한 시동을 걸었다. 천지개벽이라면 하늘과 땅이 새로 열린 듯 절대적인 변혁이 일어남을 뜻한다. 북한 당국이 초기에 시행한 경제 조처는 네가지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첫째, 평균주의 청산이다. 노동실적을 '노력한 일에 의한 평가방법' 대신 '수입에 의한 평가방법'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둘째, 제 값을 매기는 가격정책이다. 생산물을 제 값어치로 계산함으로써 최대의 실리를 꾀하겠다는 의도다. 셋째, 생활비에 상응하는 임금책정이다. 생산 노동자의 기본 임금을 110원에서 2,000원으로 인상한 것이 한 예이다. 넷째, 사회주의 원칙 아래에서의 개혁이다. 한마디로 사회주의를 지키면서 일한 만큼 분배한다는 것이다. 평양은 이미 지난 1월부터 각 공장 노동자에 다음과 같은 지침을 내려보냈다고 한다. "앞으로는 전인민이 자기 손으로 벌어먹어야 한다. 기업이나 농민 할 것 없이 많이 일한 사람은 많이 먹고, 적게 일한 사람은 적게 먹고, 일하지 않은 사람은 먹지 말라. 앞으로 이윤창출을 하지 못한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평양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말한다. 한 재일교포 북한 전문가는 96년 평양을 방문했을 때 당의 고위간부들이 평양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장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어떤 조선족 사업가는 평양이 시장경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시기를 98년이라고 본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1년 11월부터 당ㆍ정ㆍ군의 핵심일꾼 400여명을 차출해 해외연수를 보냈다. 최근 김 위원장은 돌아온 이 경제일꾼들을 요소에 배치하느라 바빴다고 한다. 이번 북한의 경제개혁은 중국의 개혁ㆍ개방 초기와 거의 비슷해보인다. 시장경제 형식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북한과 중국의 개혁 모형이 같지 않다고 주장한다. 김 위원장은 2000년 베이징 중관촌을 방문했고 2001년에는 상하이 푸동 지구를 방문했다. 당시 조선 중앙방송은 김 위원장이 언급한 '상하이의 천지개벽'을 26차례나 방송해 인민에게 북한식 천지개벽을 예고했다.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면서 동시에 시장경제의 활로를 열고자 한다. 중국식 개혁ㆍ개방과 베트남식 쇄신(도이모이)에 이어 북한식 '신사고 개혁'이 태동하고 있다. 안병찬(경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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