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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택 남해화학 사장
입력2003-05-20 00:00:00
수정
2003.05.20 00:00:00
손철 기자
남해화학이 제2창업을 선언했다. 지난 3월 취임한 장경택 사장을 필두로 `종합농자재`회사란 비전을 설정, 재도약의 나래를 펴고 있다.
지난해는 기존의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면서 20년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또 정밀화학 사업부문을 `휴켐스`로 분사, 지난 74년 창립 이후 꾸준히 닦아온 성장 날개의 하나도 잘라냈다.
“제가 운이 있는 지 두 달 만에 회사 시가총액이 200억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올 들어 임직원들이 위기의식을 가지고 흘린 땀이 결실을 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장 사장은 최근의 주가 상승을 임직원들의 공으로 돌렸다.
하지만 장 사장이 취임 후 2개월 동안 남해화학에 일으킨 변화는 적지 않다. 장 사장은 임직원에게 희생을 요구하기 전에 자신 먼저 비용절감에 나섰다. 자신의 업무용 차량을 3000cc에서 2,500cc로 하향시켰으며 회장직도 폐지하고 사장으로 직급을 조정했다. 비서실 조차 없앴다. 사장 접견실은 회의실로 개조해 이사회 개최 등에 이용하게 했다.
서대석 인사ㆍ총무팀장은 “최고경영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혜택을 반납하겠다고 나선 예가 지금까지는 거의 없었다”면서 “위로부터의 변화가 임직원들에게 신선한 충격이 됐다”고 말했다.
기존 사업의 체질을 강화하고 신사업을 개척하기 위해 장 사장은 업무 파악을 끝낸 뒤 곧바로 조직혁신을 단행했다. 장 사장은 “기존 사업영역으로는 남해화학이 한계에 이른 만큼 구조 혁신이 절실했다”면서 “기존 32팀 8영업소를 22팀 1영업소로 대폭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비료사업에서 줄어든 4개팀을 대신해 신사업팀, 신사업영업팀, 물류수송팀, 기술영업팀을 신설했다. 이 같은 조직혁신은 장 사장이 남해화학에서 1단계로 추진하려는 신사업 계획을 웅변한다.
장 사장은 “물류사업과 기술영업을 확대,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겠다”면서 “두 사업은 활용도가 낮은 시설과 기술노하우를 활용하기만 하면 돼 매출이 곧 수익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실제 남해화학은 3~4개의 유휴탱커와 20년 이상 비료ㆍ화학에서 잔뼈가 굵은 기술인력을 보유, 두 사업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최근엔 해상운송 물류 자회사인 NA쉬핑의 자본금을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늘렸다.
장 사장은 그동안 논란이 돼온 농협 면세유 시장을 이용한 석유제품 유통업 진출 계획에 대해서는 과감히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장 사장은 “유휴탱크를 이용하기 위해 고려했던 사업이지만 법규 상 어려움이 있고 유류사업에 대한 경험도 부족해 포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농약 및 화공약품 제조회사인 `영일케미칼`과 유기질 비료 생산업체인 `제주비료`등 두 자회사를 합병하는 방안을 신중히 추진 중이다. 장 사장은 “남해화학이 종합농자재 회사로 가기 위해선 두 회사를 합병해 시너지를 만들어 가는 것이 긴요하다”면서도 “합병은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아 하나씩 걸림돌을 해결해가면서 시기가 무르익으면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양 최대 비료기업의 최고경영자이자 한국 비료협회 회장으로서 한계에 이른 국내 비료수요에 대한 해법에 대해서도 나름의 방법을 제시했다. 장 사장은 “농업개방이 가속화되면 값싼 중국 제품이 쏟아질 수 있다”면서 “환경기준이 강화되는 것에 발맞춰 고품질의 유기질 비료 생산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유기질 비료생산이 활발해지면 중국은 위협이 아닌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대북경제협력을 통해 북한 시장이 개방되면 비료수요 확대에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내다봤다. 장 사장은 “다음주쯤 올 해 대북 비료지원분 20만톤이 북한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면서 “비료지원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해화학은 대북 지원 비료포장에 적십자마크와 함께 자사 마크를 부착, 북한 동포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기업이 됐다. 장 사장은 “북한 내 높은 인지도가 앞으로 대북사업이 본격화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술지원사업도 구상무역 등을 통해 남북한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이 되면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영철학과 스타일
“농민과 함께하는 `국민 기업`”
장경택 사장은 남해화학의 현재와 미래를 이 한 마디로 정의했다. 국내 최대 비료공급 회사로서 남해화학이 이윤 추구에만 몰두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장 사장은 “남해화학을 경영하다보니 기업의 공익성에 더욱 주목하게 된다”면서 “비료사업의 수익성을 개선시키기 위해 농민의 부담을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사업개발과 비용절감 등 먼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지 않껏(겠)습니까. 그래도 안되믄(면) 농민들에게 정확한 상황을 알리고 비료값을 올리겠다고 설명할 겁니다.”
`비료사업이 한계에 다다르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 전라도식 어눌함과 특유의 솔직함으로 표현한 그의 답변이다.
장 사장은 이처럼 회사 관계자들에게 경영정보를 투명하게 공개, 작은 것이라도 공유하는 문화를 중요시한다. 회사는 경영진 몇 명이 이끌어 가는 조직이 아니란 게 그의 지론이다.
김동혁 남해화학 이사는 “취임한 지 이제 두 달을 넘긴 장 사장이 임직원들로부터 강한 신뢰를 얻게 된 것은 경영상의 중요정보라도 믿고 공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최고경영자(CEO)로서 앞서 이끄는 `리더십`보다는 함께 일하는 `파트너십`에 더 무게를 둔다는 얘기다.
장 사장은 “남해화학이 추구하는 경영혁신이 성공하려면 노사간 상생의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임직원이 신바람 나게 일하는 직장을 만들어 농민과 국가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약력
▲ 1947. 8 전남 영암 출생
▲ 1988. 2 광주대 법학과 졸업
▲ 1990. 5 농협중앙회 영암군 지부장
▲ 1993. 8 광주대 대학원 법학과 졸업
▲ 2000. 7 농협중앙회 광주지역 본부장
▲ 2002. 1 농협중앙회 전남지역 본부장
▲ 2003. 3 남해화학 사장
▲ 2003. 4 한국비료협회 회장
<손철기자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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