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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 계곡 심마니처럼 누비며 가장 쾌적한 자연바람 만들었죠

삼성 에어컨 'Q9000' 개발자 송두삼 교수

알파파 많은 기류패턴 찾아

전국 방방곡곡서 샘플 수집

심신 안정 시키는 바람 구현

송두삼(왼쪽) 교수와 강정훈 삼성전자 개발팀 수석이 자연의 바람을 구현한 삼성 에어컨 Q9000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현대인들을 위한 진정한 '힐링 에어컨'입니다."

최근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서 만난 송두삼 성균관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올해 새로 출시한 신형 에어컨 'Q9000'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2014년형 스마트에어컨 Q9000에는 한계령의 기류 패턴을 측정해 태백산맥을 따라 동해로 흘러드는 계곡의 자연 바람을 구현한 '휴(休) 바람' 기능이 처음 적용됐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국내 자연풍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불리는 송 교수와 손잡고 '자연 바람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송 교수는 인간이 실내공간에서 냉방이나 난방을 통해 어떻게 쾌적해질 수 있는지를 연구해온 전문가다. 개발 컨셉은 냉방병 등 부작용이 있는 기존 에어컨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 그래서 떠올린 것이 바로 '자연의 바람'이다. 여름철 우리 전통가옥의 대청마루에 누워있으면 자연의 바람과 소리를 느끼며 잠이 드는 것에서 제품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송 교수는 "모터에서 만들어내는 기계 바람이 아닌 자연에서 부는 바람은 인류가 오랫동안 몸으로 체득해온 것"이라며 "정해진 바람의 패턴이 반복되는 기존 에어컨과 달리 무작위로 '랜덤'하게 부는 자연의 바람을 구현하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송 교수와 연구팀은 2012년 5월부터 한 달간 마치 '심마니'처럼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3차원 풍속계와 무지향성 마이크, 녹음기 등을 통해 자연 바람의 샘플 300개를 수집했다. 하지만 자연의 바람을 담아낸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연구원들이 매일같이 야외에서 숙영을 하며 밥도 지어먹고 때론 먹을게 없으면 산 속의 더덕으로 허기를 달래기도 했다. 고가인데다 부피도 큰 측정장비를 짊어지고 해발 800미터가 넘는 산을 올라가는 것 역시 고된 일이었다.



이러한 노력을 토대로 연구팀은 사람이 가장 쾌적하게 느낄 수 있는 자연풍의 특성을 찾아내는 작업에 돌입했다. 특히 송 교수는 심신을 안정시키고 집중력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뇌의 '알파(Alpha)파'를 증가시킬 수 있는 바람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그는 "가정주부가 아침에 남편과 아이들을 회사와 학교에 보낸 뒤 청소를 끝내고 거실 소파에 앉아 책을 읽다가 슬며시 잠들 수 있는 에어컨 모드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송 교수와 연구팀은 30평대 아파트 한 채를 빌려 일반 가정과 똑같이 꾸며놓고 20~50대 주부 2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주부들의 뇌전도를 측정해 알파파가 가장 많이 나오는 바람의 기류 모드를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것이 바로 'Q9000'이다.

현재 송 교수와 삼성전자는 여름철 정부의 실내 권장온도인 28도를 충족시키면서도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에어컨을 개발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자체 실험결과 에너지 소비전력이 30%나 절감됐으며, 상업화를 앞둔 막바지 개발단계를 진행 중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에어컨이 사람들의 공통된 사용특성을 반영해왔다면 이제는 소비자 개개인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한 맞춤형 에어컨이 등장할 것"이라며 "머지않아 인체의 오감을 만족시켜 주는 에어컨은 물론 TV 등 가전기기와 결합한 에어컨도 상용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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