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면서도, 아쉽습니다”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는 현행 선거법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 최근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 낸 정지석 변호사의 말에는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아쉬운 대목이 뭐냐”는 질문에, 정 변호사는 “헌재가 법 개정 마지노선을 내년 말로 정해 놓은 것”이라고 대답했다. 정 변호사는 “이민 1세대는 이제 고령이고, 이 가운데는 이산가족이 고향을 그리워 하듯 타국에서나마 선거에 한번 참여해 봤으면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올 대선부터 참여가 가능하도록 헌재가 단순위헌 결정을 내려 줬으면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헌재가 단순위헌 결정을 내리게 되면 현행 선거법 효력이 바로 없어져, 관련법 개정이 불가피하다. 그나마 정치권 인사 몇 명이 올 대선부터 재외국민의 투표참여 적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 변호사는 “정치적인 제스처에 그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아쉬움을 완전히 덜지는 못했다. 정 변호사가 이번 위헌소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지난 2002년쯤이다. 99년 비슷한 위헌소송이 헌재에서 합헌 결정이 났는데, 이 때 소송을 제기했던 재일교포 몇 명이 정 변호사를 찾아 “청구인을 바꿔 다시 소송을 내게 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부터다. 공익소송에 앞장서 온 정 변호사는 흔쾌히 수락하고, 2004년 8월14일 헌재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제기일을 ‘8월14일’로 정한 것에 대해 그는 “광복이 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재일교포 50만명에게는 투표권을 안주고 방치하고 있다”며 “이는 진정한 광복이 아니라는 생각에 소 제기날짜를 8월14일로 했다”고 설명했다. ‘8월15일’로 해야 하지만 법정공휴일로 헌재가 쉬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14일로 정한 것이다. 정 변호사는 “아직 위헌소송이 완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재외국민의 투표참여를 배제하자는 법안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재외국민의 관할 주소지 불명 등의 이유를 들어 국회의원 선거에서 재외국민을 배제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이 경우 다시 위헌소송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 변호사는 토지공사의 파주출판단지 토지원가공개 소송에서 승소했고, 민변 공익소송위원회 활동도 하는 등 남들이 기피하는 공익소송을 주로 맡아 법조계로부터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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