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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설립 114년만의 첫 여성수장이라는 화려한 타이틀로 화제를 모았던 최연혜 사장이 취임 한달여 지난 시점에서 노조파업이라는 복병을 만나게 됐다. 17조원에 달하는 부채해소를 위해 내부 경영혁신 등 연일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와중에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이번 파고를 어떻게 넘느냐에 따라 최 사장의 혁신이 성공할지, 아니면 좌초될 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4일 코레일에 따르면 코레일 노조는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라 파업여부가 결정되지만, 노조 내부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달 말께 전면파업이 유력시 되는 상황이다. 노조는 최 사장의 혁신드라이브가 구조조정을 의미하고, 2015년 수서발 KTX 개통에 맞춰 정부가 추진하는 있는 철도 경쟁체제 개편이 사실상의 민영화 추진의 전단계로 보고 파업이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최 사장은 지난 10월초 취임과 함께 "부채축소와 흑자경영 달성"을 목표로 내걸고 전임직원 모두가 뼈를 깎는 자구계획 마련을 독려하고 있다. 부채 17조원, 부채비율 435%라는 경영성적으로는 코레일이 지속 가능한 경영을 펼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코레일 관계자는 "2015년 영업흑자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게 최 사장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2급이상 650명 전직원이 2013년도 임금을 동결하고 반납하기로 했고 연차사용 촉진, 불요불급한 초과근수 최소화 등을 통해 320억원의 인건비를 절감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서울역북부, 성북, 수색 등 핵심지역을 집중 개발하고 영업활동외 유휴부지에 대해서는 적극 매각을 추진중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용산병원, 폐선부지 등 운송사업과 관련이 적은 부지매각을 통해 부채규모를 축소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영학자 출신에 여성이라는 신분이어서 강성노조를 안고 있는 코레일을 잘 이끌 수 있을 지 취임초기부터 일부 우려가 제기됐지만, 지금까지는 밀리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하지만 최 사장의 진짜 도전은 지금부터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임금동결 등 고통분담을 거부하고 있는 노조를 먼저 설득해야 하고, 경영혁신이 성과물을 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노조는 6.7% 인상을 요구한데 이어 현재 58세인 정년을 60세로 연장해줄 것과 통상임금 범위의 확대를 주장하며 파업까지 예고하는 등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사장도 전임 사장들이 그랬던 것처럼 순순히 노조에 굴복할 생각이 없다. 코레일이 절대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조는 물론 전 임직원이 동참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때문이다. 특히 노조의 전면 파업에 밀려 경영혁신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코레일의 위상악화는 물론, 정부가 도입을 추진중인 철도경쟁체제 구상에서도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어 배수진을 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홀홀 단신으로 조국을 구한 잔다르크처럼, 최 사장도 위기에 빠진 코레일을 구해야 하는 외로운 '잔다르크' 신세에 놓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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