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태세무사의 세금이야기] 증여와 양도소득세

[김범태세무사의 세금이야기] 증여와 양도소득세우리 부모님들은 참 헌신적이다. 젊어서는 자식들의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평생 아끼며 모은 재산(집 한채일 경우가 많지만)을 물려주고 싶어한다. 오늘은 바로 그런 ‘집 한채’에 관한 이야기다.

경기도에 사시는 칠순의 안씨 할머님께서 찾아온 적이 있다. 1년 전 영감님을 먼저 보내시고 혼자 사시다 몸이 불편해 장남의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갖고 있던 전재산인 32평 아파트를 생전에 장남에게 증여하고 싶어서 세금관계를 물어 오셨다.

대개 이런 경우를 보면 나중에 돌아가시면서 재산을 물려주어도 상속세가 거의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증여세를 내면서까지 생전에 물려주려는 것은 아마도 장남 집에 들어가 사는 것과 상관이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어쨌든 내용을 검토하니 아파트의 시가는 2억원 정도였고 당초 취득가액은 1억2,000여만원, 장남이 부담할 증여세는 2,400만원으로 보였다. 다만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은 6,000만원으로 인해 근저당이 설정돼 있어 문제가 약간 복잡했다. 이런 경우를 채무의 인수를 전제로 증여하는 소위 부담부증여라 하는데 증여세와 양도소득세 두 가지의 세금이 발생한다. 먼저 증여세 계산시에는 은행부채 6,000만원을 공제하므로 장남은 나머지 취득가액인 6,000만원에 대해 1,200만원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은행부채에 상당하는 부분은 할머님이 장남에게 양도한 것으로 보므로 안 할머님은 640만원 정도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했다.

할머니에게는 600만원도 큰 금액이다. 그래서 할머니께 “지금 증여하시면 상속시에는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내셔야 합니다”라고 말씀드리며 상담을 마쳤다. 그런데 한가지 더 말씀드리려 했지만 차마 못했던 말이 있다.

‘아파트만 넘겨주시고 자식과 같이 못사시게 되면 어떻게 하실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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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2000/06/2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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