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상호저축은행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 등으로 인해 상호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고 연체율이 늘어나는 등 부실이 현실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시장에는 건전성과 수익성 악화로 신음하는 지방 및 서울의 상호저축은행이 대거 매물로 나온 상태다. 금융위는 부실 상호저축은행 인수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자율구조조정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상호저축은행은 금산분리 적용을 받지 않고 은행보다 감독규정이 상대적으로 약한 상태여서 금융위의 계획대로 규제완화 등이 이뤄질 경우 상호저축은행을 사금고화하려는 기업들의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상호저축은행 규제완화, 종착역은 지방은행=금융위는 1단계 M&A 촉진, 2단계 업무범위 확대 등을 거쳐 대형 상호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지방은행과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상호저축은행은 말만 저축은행일 뿐이지 일반은행과 다름없게 된다. 업계는 이 같은 정부 플랜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저축은행장은 “비상장주식 투자한도 확대나 거액여신한도 상향 조치는 매우 고무적”이라며 “부족한 측면이 있지만 금융감독당국이 저축은행 업계의 발전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저축은행장은 “저축은행을 서민금융기관에서 지방은행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저축은행들 사이에서도 규모 차이가 크고 한번에 규제완화를 많이 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의 세부계획을 보면 1단계로는 부실 상호저축은행 M&A 인수시 부채비율 요건 배제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2단계로 거액여신한도를 5배에서 8~10배로 확대하고 펀드 판매 등 업무범위를 넓혀 최종적으로는 지방은행 수준까지 발전시켜나간다. ◇기업 자금조달 창구 전락 우려도=이 같은 금융위 안은 당장 상호저축은행의 M&A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찬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센티브 방안 중 영업권을 늘려주는 것은 매력적”이라며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M&A 수요는 지금보다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물론 상호저축은행 M&A 가격이 많이 상승한데다 M&A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으려면 저축은행의 BIS 비율을 8%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M&A는 현재보다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눈길을 끄는 것은 STXㆍ아주그룹ㆍ웅진그룹 등 비금융 대ㆍ중견 기업을 중심으로 저축은행 인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금산분리가 적용되지 않는데다 정부가 지방은행 수준까지 상호저축은행을 육성할 계획이므로 은행업 진출을 노리는 기업 입장에서는 상호저축은행만큼 좋은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M&A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상호저축은행에 관심을 갖는 일반 기업이 부쩍 늘고 있다”며 “여기에는 자금 루트, 금산분리 미적용, 정부의 규제완화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호저축은행의 경우 은행과 달리 대주주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점에서 자칫 기업의 사금고화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종배기자 ljb@sed.co.kr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저축은행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부실 위기가 우려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건설사들의 잇단 부도 소식으로 저축은행 PF대출 부실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고 연체율이 늘어나는 등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PF부실 규모가 겉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는 등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20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계에 따르면 건설경기 침체로 상호저축은행들의 PF 워크아웃 규모가 6개월새 3800억원 늘어난 1조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 8300억원에서 3800억원 늘어난 것으로 그만큼 미분양 물량 증가 등 건설경기 위축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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