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憲裁 재판 쟁점과 전망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 본격 착수함에 따라 향후 재판이 어떻게 전개 될지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는 탄핵사유 중 선거법 위반 부분을 놓고 당사자간 가장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탄핵심판의 경우 구두변론이 원칙인 만큼 노 대통령이 법정에 출석할지도 주목된다.

◇선거법 위반 최대 쟁점= 헌법 65조 1항이 규정한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는 대통령이 직무집행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했을 경우다. 국회가 탄핵 사유로 내세운 것은 선거법 위반과 측근비리, 경제파탄 등 크게 세 가지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쟁점은 선거법 위반 부분이다. 중앙선관위가 지난달 2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에 대해 노 대통령에게 선거법 9조의 공무원 선거중립의무 준수를 요청한 것을 두고 야당과 노 대통령의 입장이 맞서고 있다. 야당은 법 위반이라고 보고 있는 반면 노 대통령은 선관위의 취지는 권고이므로 위법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회는 그러나 이 발언 외에도 지난해 12월19일 `리멤버 1219` 행사에서 `시민혁명` 발언, 지난달 강원지역 언론인 간담회에서 `국참 0415` 발언 등 다른 발언들도 문제삼고 있어 헌재의 판단이 주목된다. 다만 헌정질서 파괴와 같은 중대한 범법 행위가 있어야 탄핵 사유가 된다는 법 해석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선거 관련 발언이 선거법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탄핵사유가 될 수 있는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 측근비리와 관련해서는 검찰과 특검의 수사가 진행중이긴 하지만 노 대통령이 취임 후 직무집행 과정에서 측근비리에 연루됐다는 혐의는 아직 없다. 물론 소추위원장인 국회 법사위원장이 변론 과정에서 대통령을 상대로 이를 신문할 수는 있다.

경제파탄 역시 대통령의 구체적인 `실정`(失政)을 증명해야 하지만 다소 막연한 사유라는 점에서 위법행위 인정이 쉽지 않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변론 과정에서 소추위원장의 적극적인 입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재판 어떻게 될까= 언제 첫 변론이 열리고 헌재의 최종 결정은 언제 내려질 지가 가장 큰 관심사항이지만 변수가 많아 상황을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다.

헌재는 사건 접수 이후 사건 내용에 대한 검토와 함께 우리나라에는 아직 탄핵심판을 진행한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해외 사례 등을 조사하며 재판진행 절차에 대해서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서면심리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헌법소원이나 위헌심판 제청과 달리 탄핵심판의 경우 구두변론을 거쳐야 한다는 헌법재판소법에 비춰 언제 변론기일을 지정하느냐가 우선 결정사항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오는 18일 전체 재판관이 모이는 첫 평의가 예정돼 있는 만큼 이 자리에서 기일이 지정될 가능성이 높고 첫 기일은 25일 전후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재판은 재판부 자체의 계획 못지않게 당사자들이 어떤 자세로 재판에 임하느냐도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재판은 첫 변론이 끝나봐야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첫 변론 기일에 노 대통령이 출석해 재판부의 판단에 필요한 모든 진술을 내놓는다면 최종 판단이 총선 전에라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다시 변론 기일을 잡았음에도 노 대통령이 출석을 계속 거부해 부득이 서면심리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거나 대통령이나 국회 쪽에서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재판을 늦추려고 할 경우 심리가 늦어질 개연성도 있다.

헌재는 물론 총선에 개의치 않고 신속히 심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히고 있지만 이달을 넘어서도 심리 미진을 이유로 총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재판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오철수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