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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Joy] 사랑은 놓쳐도 연기는 절대 안 놓쳐요

영화 '사랑을 놓치다' 주연배우 송윤아<br>2년만의 스크린 복귀<br>수더분한 수의사역<br>"나문희 선배 존경해요"










고백 하나. 이번 주 지면을 위해 송윤아를 섭외할 때만 해도 기자는 별다른 고민과 생각이 없었다. 매주 쏟아져 나오는 영화에 주연으로 나오는 톱스타 여배우. 배우도 영화 홍보를 위해 뻔한 말을 할 테고, 기자 역시 한 주 ‘밥벌이’ 거리에 그칠 터. 하지만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녀는 그런 기자의 ‘무심함’을 단박에 엎어버렸다. 서른을 넘긴 데뷔 11년차의 이 여배우는 시간의 무게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솔직담백한 생각들을 쏟아냈다. 자신감과 겸손함이 자연스레 어우러진 그녀는 이제 ‘스타’가 아닌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그녀와의 인터뷰는 그렇게 적당히 진지하고 적당히 유쾌하게 흘러갔다. “영화 어땠냐”는 예의 뻔한 첫 질문의 대답부터가 재밌다. “할 말이 없어요.” 놀란채 눈만 꿈뻑대자 뒷얘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작품을 보면 저만 보여요. 기분 좋은 장면부터 마음에 안 드는 모습까지요. 촬영할 때 아쉬웠던 부분은 영화에도 아쉽기만 하죠. 그래도 어쩌겠어요. 이젠 돌이킬 수 없는데…” 기실 돌아보면 이처럼 여유로운 모습이 설정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서른을 넘긴 나이(그녀는 73년생이다), 2년만의 스크린 복귀, 전작의 흥행 실패…. 언뜻 보면 한없이 불안해 할 만한 조건이지만 그녀는 “자연스러움”이라는 키워드로 새 영화 개봉을 앞둔 심경을 말한다. 26일 개봉하는 영화 ‘사랑을 놓치다’에서 송윤아는 사랑하는 속마음을 감춘 채 매번 아쉬움을 간직하는 수의사 연수 역을 맡았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화장기 없는 맨 얼굴로 여자만의 섬세하고 미묘한 감정을 얼굴 표정으로 그려낸다. 세련되고 도회적이기만 했던 이제까지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변신을 시도했다는, 도전을 감행했다는 거창한 말은 붙이고 싶지 않아요. 영화에서 연수는 그저 일상을 조용히 살아가는 여자일 뿐이에요.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도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이였죠.” 그녀의 말대로 영화 속 연수의 모습은 무심하다 싶을 정도로 한없이 건조하다. 화려하고 빠르기만 한 2006년엔 촌스러울 수도 있다. “이래서 흥행이 되겠냐”는 농담조의 질문에 정색을 하며 “내 연기인생에 큰 의미를 남긴 작품”이라고 말한다. “건방지게 들리겠지만(웃음) 영화 흥행 코드는 다 알아요. 그래도 흥행만을 위해 연기하는 배우는 되고 싶지 않아요. 예전 ‘광복절 특사’만 해도 크게 대박 한번 터뜨려 보고 싶어서 출연한 영화였어요. 이번 작품엔 앞으로 연기를 꾸준히 해야 할 배우로서의 의미를 담았어요. 그렇다고 대중에게 외면받을 예술영화는 또 아니잖아요?(웃음)” 셀 수 없이 많은 드라마와 CF로 스타덤에 오른 그녀에게 최근의 행보는 한없이 느려만 보인다. 2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는 자체가 그렇다. 그래도 조바심은 내지 않는다. 이젠 호흡을 느릿하게 가져갈 때라고 생각한다. “예전을 돌이켜 보면 정신이 없었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되요. 대본도 다 못 외우고 카메라 앞에 서기가 부지기수였고 NG 안 내면 그만인 줄 알았던 때도 있었어요. 직접 가르쳐 준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정리가 되는 느낌이에요. 연기에 있어서 더 조심스러워지고 더 겸손해졌죠.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내가 예전엔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연기경력 11년 베테랑 배우인 그녀에게 가장 어려운 건 “자연스러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촬영을 위한 모든 장치가 분주하게 세워진 그 안에서 가장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자연스럽게 연기한다고 생각했는데 화면 속 모습에선 아직도 장치 안에 갖혀있구나 하는게 느껴져요. 자연스러움이 이렇게 어려운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죠.” 그래서 송윤아는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배우 나문희를 꼽는다. 그녀에게 나문희는 “대본 속 감정을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배우”다. “저도 배우라서 촬영할 때 그 산만하고 바쁜 분위기를 너무 잘 알거든요. 그 제한된 공간 속에서 대사 없이도 복잡미묘한 감정을 표정만으로 표현하는 걸 봤을 땐 설명이 필요없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어요.” 제일 반길 만한, 혹은 가장 피할 만한 나이 얘기를 꺼냈다. 다행히 피하지 않는다. 사실 30대 여배우가 충무로 최고봉인 건 최근의 대세. 그런 탓인지 그녀의 말에선 더욱 자신감이 묻어난다. “요즘은 20대만큼이나 30~40대도 극장을 많이 찾잖아요. 새파란 20대 청춘스타보단 우리 같은 30대 배우들의 연기가 그런 관객들에게 훨씬 공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바람이 있다면, 그 관객들이 50대가 되서도 계속 극장을 찾아주시는 거죠. 그래야 우리도 영화에 계속 나올 수 있지 않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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