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수급의 쌍두마차인 외국인과 기관의 외면 속에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은 달러화 강세가 계속되자 환차손을 우려해 국내 증시를 이탈하려는 모습이고 수급을 받쳐줘야 할 기관 역시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두 달간 고공행진을 벌여온 코스피가 수급 공백기를 맞으면서 월 평균 거래대금도 다시 4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9월 들어 국내 증시에서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외국인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증시 버팀목 역할을 하는 연기금의 매수세가 약화되는 등 수급상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면서 "10월 말까지는 개별 이슈에 따라 종목 간 주가 변동폭이 클 수 있는 만큼 방망이를 짧게 쥐고 대응하라"고 강조했다. 무턱대고 주식보유 비중을 늘리기보다는 당분간 현금을 보유하면서 기회를 엿보라는 얘기다.
코스피지수는 22일 전거래일보다 0.71%(14.55포인트) 떨어진 2,039.27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2,443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2,232억원, 76억원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 코스피는 지난 3년간 박스권 상단이었던 2,050선 주위를 오가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다 보니 시장 일각에서 박스권으로 재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 섞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7~8월 고공행진을 했던 코스피가 지지부진한 흐름으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수급 공백이다.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외국인이 이탈하면서 그 빈자리를 연기금 등 기관이 받쳐줘야 하는데 펀드 환매 벽이 높아진 투신권을 제외하면 뚜렷한 매수주체가 보이질 않는다. 외국인은 7월과 8월 각각 4조701억원, 1조8,243억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쓸어 담았지만 이달 들어서는 이날 현재 4,214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하고 잇다. 기관 중에서는 연기금이 3,024억원 순매수를 기록 중이지만 7,499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던 6월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투신권이 이달 들어 2,057억원 순매수를 이어가며 버티고 있지만 시장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7~8월 4조원 초반대를 유지했던 일 평균 거래대금도 다시 3조원대로 주저앉았다. 9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이날 기준 3조 7,127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의 영향으로 외국인 자금이 빠지고 있고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 경기부양책도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외국인들이 차익 실현을 꾀하고 있다"면서 "기관들도 적극적인 매수를 꺼리면서 수급 공백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종목 간 차별화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는 만큼 주가를 움직일 수 있는 개별 이슈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국내 GDP와 중국 GDP 등 이달 안에 발표되는 이벤트들을 챙겨봐야 한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미국 조기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감은 줄었지만 10월 말에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끝내는 FOMC 회의가 예정돼 있어 금리인상과 달러화 강세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면서 "당분간 코스피가 위보다는 아래로 내려갈 힘이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유 현금을 갖고 기회를 엿보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럴 때는 배당주가 투자 매력이 있지만 올해의 경우에는 배당주 열풍이 불면서 관련 펀드로 돈이 몰려 주가가 많이 올라 상대적 매력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박형중 팀장은 "환율이 뛰면 보통 수출주가 유리한데 지금 상황은 엔화 약세 때문에 반드시 그렇지 않고 내수주도 정부정책 때문에 올라간 듯하지만 추가 모멘텀을 찾을 수 없다"면서 "이번주 나오는 중국지표와 월 말에 나오는 한국경제지표 등 이벤트를 보고 투자 시기를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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