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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 답습하는 CEO들도 문제

자리 꿰차려 술상무 자처… 돈봉투까지

우리 금융산업에 스타 최고경영자(CEO)가 나오지 못하는 것은 조직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CEO들 스스로가 일그러진 행태를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CEO들이 정정당당하게 경쟁해야 하는데 왜곡된 형태로 경쟁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최근 진행된 KB금융 회장 선출과정에서 일부 인사들이 돈 봉투를 뿌린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과거 다른 금융사들처럼 엄청난 투서와 음해성 루머를 퍼뜨리는 모습을 적었지만 일그러진 행태는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민간 CEO들끼리 경쟁하는데 여자 문제를 담은 투서를 당국에 보내는 것을 보고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CEO 후보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술상무'를 자처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금융지주 계열사의 한 CEO가 수년간 청와대 행정관이나 국회의원 보좌관들의 식사자리에 틈날 때마다 얼굴을 내비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과거 한 시중은행장은 사외이사들의 눈에 들기 위해 고급 술집에 '모시고' 다니곤 했다.

일부에서는 이처럼 왜곡된 행태를 보이는 것이 2~3년 주기로 CEO가 교체되는 독특한 현상 때문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스타 CEO가 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보장돼야 하는데 한국처럼 3년 임기를 채우면 자리에서 물러나는 관행이 계속되는 한 단기업적주의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사 CEO 중에서 하영구 씨티은행장을 제외하고 3연임을 해본 사람은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유일하다.

정치금융도 빼놓을 수 없다. 실력 외적인 요소가 CEO를 선임하는 데 강력한 힘을 발휘하다 보니 줄서기 같은 그릇된 관행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4대 천황'이란 칭호가 화려한 수식어에서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올무가 되기까지 정확히 4년이 걸렸다.

확실한 것은 정치금융은 민관이 합동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란 사실이다.

4대금융그룹 계열의 한 CEO는 "금융산업에 개입하려는 권력도 문제지만 떠오르는 권력에 기대 보신을 꾀하는 일부 금융인들의 처신도 척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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