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중 耳鳴·난청' 소음피해자 뭉쳤다

군대에서 사격훈련 등으로 이명(耳鳴ㆍ귀울림)을 얻거나 난청이 된 남성들이 온라인 모임을 만들어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낸 데 이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추진 중이다.

다음 카페의 `군대에서 이명 생긴 사람들의 모임(cafe.daum.net/promoteearplugs)'은 지난달 말부터 회원이 부쩍 늘어 5일 현재 3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나 가족이 군복무 중 사격 등 소음으로 이명 증세를 겪고 있거나 난청 환자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경험담 코너에는 140명 이상이 자신들이 군대에서 이명을 얻게 된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오랜 포병 생활로 난청이 생긴 30대 직장인 예비역부터 갓 제대한 대학생까지 다양한 사례가 올라와 있다.

장교로 복무한 의대생이라고 밝힌 한 회원은 "얼마 전 예비군 사격훈련 도중 옆사람의 총소리에 이명이 생겼다. 한 달 넘게 전문의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총성으로 인한 음향외상성 난청은 대부분 4천Hz 정도의 특정 고음역만 손상시키는 특징이 있다"며 "500, 1천, 2천Hz의 역치를 평균하는 군의 장애등급 규정은 총소리로 생긴 이명과 난청을 전혀 보상하지 않는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디가 `슈가와타'인 카페 운영자는 지난달 말 인권위에 진정을 내고 "국방부는 소음이 발생하는 작업 및 훈련 때 귀마개를 지급하고 사전 교육을 충분히 해 군인들의 건강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회원들 가운데는 "보상을 원하는 게 아니다. 후배들이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정부가 지금부터라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고, 일부 회원은 "군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소송 절차를 자세히 소개했다.

이처럼 군 사격 훈련으로 난청이 생긴 피해자가 적지 않다는 것은 의료진의 조사 결과를 통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귀 전문병원 소리이비인후과 박홍준 원장팀이 지난해 병원을 찾은 20~30대 남성가운데 원인을 알 수 없는 신경성 난청환자 165명의 발병 원인을 조사한 결과 41%가 소음으로 인한 난청이었고 이 중 70%인 47명은 군에서 총성에 의한 음향외상성난청을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대 의대 전경명 교수는 "개인의 청각 방어능력을 넘어서는 높은 강도의 소리가 들어가면 달팽이관 안의 청각세포나 신경이 손상돼 난청이 생길 수 있다"며 "군대뿐 아니라 산업현장에서도 개인의 청각 특성을 미리 조사한 뒤 임무를 맡겨야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