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둑은 공중전의 묘미를 너무도 잘 보여준다. 자기의 세력권에 쳐들어온 적의 게릴라를 사냥하는 고도의 테크닉을 보여준다. 그러나 프로기사의 사냥은 대마 섬멸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일이 거의 없다. 대마를 살려주는 보상으로 반대급부를 지불받아 바둑을 이기는 것이 사냥의 목적이다. 일단 백이 50으로 끊은 것은 절대수인데 그 다음이 어렵다. 쌍방이 한 수에 10분 이상씩 숙고하고 있다. 검토실에서는 참고도1의 백1이 진작부터 제시되어 있었다. 흑은 대충 수습이 된 형태이고 백은 좌변 방면에 두터운 모양을 얻어내는 타협책이었다. 그런데 다카오는 백52라는 초강수를 들고나왔다. 이렇게 되면 참고도1과는 전혀 양상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백54로 57의 자리에 막으면 흑은 가에서 몰지 않고 54의 자리에 몰아 버릴 것이 뻔하다. 아랫쪽 흑 4점은 떨어져도 천원의 백 한 점을 차단하면 흑이 도리어 유망한 바둑이 되는 것이다. 백56은 긴요한 수순. 이 수로 참고도2의 백1에 먼저 몰면 흑은 2와 4를 선수로 두고 나서 6으로 받는다. 이 코스는 흑이 간편하게 수습된 모습이다. 백60까지의 진행을 보고 검토실의 사카이 7단이 말했다. “살긴 살겠지만 흑이 고단한 바둑이 될 것 같군요.” “사는 것도 간단치는 않을 거야.”(고마쓰 9단)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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