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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5자회동 스케치
입력2003-09-05 00:00:00
수정
2003.09.05 00:00:00
고주희 기자
4일의 청와대 5자회동은 노무현 대통령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사이에 `뼈있는 대화`가 오가며 시종 팽팽한 긴장 속에 진행됐다. 최 대표는 김두관 행자부 장관 해임건의안, 김문수 의원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신당 불간여 문제 등 중요 사안에 대해 할 말을 다했고 노 대통령도 쉽게 물러서지는 않았다. 경제 문제에 관해 일부 의견접근이 있었을 뿐이고 그 밖의 중요한 현안에 관해서는 두 사람 사이의 이견을 확인하는 자리였다.인사말이 오가고 최 대표가 먼저 “그 동안 만나지 못한 것은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고 지적했고 노 대통령은 “최 대표의 취임 이후 대정부 공세가 심해서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라고 응수했다. 최 대표는 이어 대통령 직속 국가전략산업특위 구성을 제안했던 이유를 설명하며 “정부가 추진하는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은 일부 문제가 있는 만큼 전면 재검토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노 대통령은 “3당이 합의를 해서 온다면 협의할 것”이라고 수용했다.
그러나 대화의 주제가 노동문제로 옮아가자 분위기는 급변, 두 사람 사이의 논쟁이 이어졌다. 최 대표가 “경제부처중 가장 잘못하는 곳이 노동부”라고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하자 노 대통령은 “오늘 이 자리에서는 큰 차원의 이야기를 하자”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어 여권의 신당 문제로 화제가 바뀌자 노 대통령은 “나는 절대로 신당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정대철 민주당 대표가 “야속할 지경이다. 정말 도와줬으면 좋겠다”라고 하소연을 해 주변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예전처럼 당이 국회를 지배하던 시대가 바뀐 것에 익숙치 않아서 여야의 대립관계가 생긴 것 같다”고 말하자 최 대표는 “그러니까 당적이탈을 해서 여야 등거리 상태에서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충고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지만 정 대표가 “그것은 정당정치에 위배된다”고 즉각 반론을 제기했다.
이어 최 대표는 또 김문수 의원 등에 대해 노 대통령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두 차례나 화제에 올리며 “대통령은 나라의 어른인데 어른이 참아야 하지 않느냐”고 소취하를 권유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당장은 논의할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피해갔다.
김 장관 해임건의안 문제는 회동의 끝무렵에 나왔다. 노 대통령이 “대단히 어려운 숙제를 줬다”라고 운을 떼자 최 대표는 “헌법정신을 제대로 이해하는 법률가인 대통령 입장에서는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라고 간접적으로 압박을 가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그것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으로 피해갔다.
끝으로 참석자들은 “앞으로 종종 만나자”라고 말을 이었고 노 대통령도 “앞으로는 이견이 있는 정치 문제보다는 정책 문제로 만나서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동에 대해 청와대측은 “전체적으로 화기애애했고 진지했다”라고 브리핑을 했으나 최 대표는 “상당한 논쟁이 있었고 옥신각신하기도 했다”고 밝혀 대조를 이루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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