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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이브닝

생애 가장 찬란했던 하루 저녁 그리고… 50년의 그리움·회한


"해리스, 오 해리스…." 죽음을 앞둔 70대 노부인 앤(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이 누군가의 이름을 애절하게 부른다. 병상에 누워 있는 그녀의 머리 위로 석양이 떨어져 난반사 되지만 그 이름은 소리 없이 흩어진다. 한 평생 살다 보면 말 못할 사연이 어디 없었으랴 싶지만 생의 끝 자락에 한번이라도 불러 보고픈 연인의 이름은 듣는 이의 마음을 뒤흔든다. 죽기 직전에서야 그리운 이를 찾는 비운의 여인 앤. 그녀는 노을 속에 서서히 사라져간다. 놀랍게도 감독이 영화의 오프닝으로 설정한 이 장면은 관객을 극에 몰입하도록 마법을 발휘한다. 화면은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재즈 가수인 젊은 시절의 앤(클레어 데인즈)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앤의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지만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던 단 '하루의 저녁(evening)'을 조명한다. 앤은 친구 라일라(메이미 검머)의 결혼에 참석키 위해 그녀의 가족 별장에 찾는다. 결혼은 앞둔 라일라는 어릴 적 소꿉친구 해리스(패트릭 윌슨)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해리스는 라일라의 사랑을 거절하고 오히려 앤에게 연정을 품는다. 얄궂게도 라일라의 남동생 버디(휴 댄시)가 앤과 같은 대학에 다니며 그녀를 몰래 흠모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다. 결국 결혼식 피로연에서 앤과 해리스는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며 운명적으로 다가서지만, 뜻하지 않았던 사고가 벌어지며 이들의 운명은 한순간 뒤바뀐다. 22일 개봉되는 리조스 콜타이 감독의 '이브닝'은 화려한 영상과 감미로운 음악의 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 촬영감독 출신답게 콜타이 감독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영상으로 감상에 젖게 한다. 하늘 거리는 실크 블라우스, 결혼식 피로연의 샴페인 거품, 하늘 끝까지 이어지는 수평선 등 영화 속 장면들은 남녀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도드라지게 한다. 상처와 회한을 마음 속에 묻고 평생을 살아온 한 여인의 인생이 잔잔한 선율 속에 중첩된다. 앤이 부르는 노래 '타임 애프터 타임(time after time)'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잔향을 남기며 귀가에 울릴 만큼 인상적. 노년의 앤은 임종을 앞두고 자신의 딸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이제 행복해져라. 인생에서 실수란 없다"고. 감독이 말하고 싶은 영화의 주제가 아닐까 싶다. 노년의 라일라로 메릴 스트립이 깜짝 출연하고 칸 영화제에서 두 번이나 여우상을 수상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등이 출연했을 정도로 호화 캐스팅이 눈길을 끈다. 그렇지만 감독이 최고의 배우들에게서 최고의 연기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아쉬운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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