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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3월의 세금' 논란에 연말정산 개선 시사] 유리지갑의 분노에… '증세논란' 소나기 피하고 보자?

"고소득자에 더 많이 걷어 저소득층에 돌려주는 구조"

기재부 소득분배 강조 불구 세부담 줄일 뾰족한 방책 없어

다시 '더 내고 더 환급' 방식땐 "조삼모사" 논란 불거질 듯


최근 연말정산을 놓고 벌어진 '13월의 세금' 논란에 기획재정부가 2년 동안 힘겹게 쌓은 소득세 징수 원칙에서 일단 한발 물러섰다. 연말정산 시기를 앞두고 세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연봉 7,000만원 초과 직장인들의 불만에서 출발한 '증세' 논란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지면서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세법개정을 통해 고소득자의 세 부담을 늘려 저소득자에게 돌려주는 구조"라고 설명하면서도 "간이세액표 조정이나 세금 분납 등 보완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말정산 체계를 손질하겠다는 것은 세 부담을 줄여주는 차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빗발치는 여론의 화살을 피해 보자는 심산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개선 방안 자체도 세제의 틀을 또다시 바꾼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마디로 2013년 세법개정을 마련한 세제실이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연말정산 시스템 개편한다지만…=기재부는 일단 연말정산제도를 어떤 형태로든 손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건은 세제의 틀을 흔들어 유리알 지갑으로 불리는 샐러리맨의 세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지 여부다. 현재로서는 세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줄 뾰족한 방책이 없다. 이와 관련, 문 실장도 "이번 연말정산을 본 뒤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근로소득자의 연말정산 환급 규모 등을 감안해 추후에 세법개정에 반영하겠다는 것이어서 2015년 연말정산 대란의 파문은 쉽사리 잦아들기 어려운 실정이다.

논란은 연봉이 7,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층과 미혼인 직장인들의 불만에서 시작됐다. 납세자 연맹에 따르면 자식이 둘이고, 연봉이 7,500만원인 외벌이 직장인의 경우 2014년 근로소득에 대한 세금 부담액이 553만원가량으로 전년보다 60만원가량이 늘었다. 신용카드 1,600만원, 체크카드 700만원, 보험료 100만원, 의료비 260만원, 교육비 300만원, 연금저축 400만원가량을 지출로 가정한 수치다.

연봉이 3,000만원인 미혼 직장인의 경우에도 내야 할 세금이 17만원가량 늘었다. 지난해 세법개정안 개정으로 소득세 체계가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받을 수 있는 소득공제 금액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기재부는 세금을 토해낼 경우 일시에 납부하지 않고 분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정치권의 기류를 감안하면 신속히 처리될 공산이 크다. 다만 샐러리맨들의 세 부담 자체가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13월의 세금 논란을 잠재우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 만지작 간이세액표 조정 카드… 조삼모사 논란=정부의 또 다른 카드는 간이세액표를 조정하는 방안이다. 간이세액표는 매월 근로소득에 대한 소득세를 원천징수할 때 적용하는 세액 표. 문 실장은 "이번 연말정산에서 '많이 걷고 많이 환급'받던 방식에서 '적게 걷고 적게 환급'받는 방식으로 간이세액표를 변경했다"며 "(하지만) 평소에 많이 내더라도 연말정산에서 돌려받는 게 좋다는 정서가 많으면 그런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12개월 동안 조금씩 세금을 더 내는 대신 이듬해 연말정산 때 많이 돌려받는 방식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소득자 입장에서 돌려받는 금액에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소비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10% 세금 덜 떼기로 했다가 "납세자가 원숭이"인가라며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은 적이 있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더 낸 사람 입장에서는 증세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세금을 더 내게 되니까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다"며 "처음부터 증세 없이 세수 중립적으로 했으면 큰소리를 쳤을 텐데 그렇지 않으니까 한발 물러서서 이미 시행 중인 제도를 고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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