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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미술과의 대화] 그림 한장의 경제적 가치는

피카소 작품 1억弗 낙찰…중견기업 자본금 맞먹어

‘예술은 가난하지 않다’ 지난해 5월 5일 전세계 미술계의 이목은 미국 뉴욕 소더비사 경매장에 집중됐다. 현대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가 그린 그림인 ‘파이프를 든 소년’(1905년작)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의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당시 낙찰금액은 무러 1억416만8,000만 달러. 이처럼 그림 한장의 가치가 중견 이상 기업의 자본금과 맞먹는다고 생각하면 열심히 회사가치를 높이기 위해 일하는 경영인들로선 풀이 죽을지도 모를 일. 그러나 미술분야도 나름대로의 시장원리가 작용하는 또 하나의 산업으로 본다면 그림 한 장의 가치를 재는 안목이 달라질 것이다. 따지고 보면 르네상스 시대에 피어난 주옥 같은 예술작품들도 이탈리아의 메디치가문을 비롯한 부유층들의 투자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실제로 오늘날 세계 자본시장에는 미술작품만을 골라 투자하는 투자기금들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이른바 ‘아트 펀드(art fund)’로 불리는 이들 자금은 길게는 십수년씩의 장기간으로 움직이며 세계적인 미술 명작들을 매집한다. 이들 아트 펀드는 매집한 미술품을 빌려주기도 하고 되팔기도 하면서 수익을 얻는데 정상적으로 운영될 경우 평균 수십 퍼센트 씩의 기대되며 개별 작품에 따라선 단기간에 투자 원금만큼의 수익을 뽑아내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아트펀드는 국내에서도 2~3년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평가하고 투자를 진행할까. 기본적으로는 역대 주요 미술품들의 감정가와 낙찰가격, 거래시세 등을 데이터베이스(DB)화한 뒤 통계적인 기법으로 현재의 가치와 미래의 가치를 분석한다. 또 일반 투자상품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는 미술품의 특성상 투자 리스크 회피를 위해 다양한 시대와 사조, 작가들의 명작 미술품들을 골고루 매집해 운용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률을 얻기도 한다. 이들 펀드들이 미술품 투자의 기초로 삼는 감정가의 경우 작가의 인지도와 제작연대, 작품의 배경, 작품의 희소성, 문화적 사조의 흐름, 호당 가격, 보존상태 등 다양한 잣대에 의해 결정되며 최소한 2~3군데 이상의 전문기관 감정가를 평균 내서 시세를 보는 방식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감정방법이 고도화되고 선진화된다고 하더라도 감상자의 가슴 속에 남는 감동의 경제적 가치는 측정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아직도 미술품 경매계에 호가제 방식의 주먹구구식 입찰방식이 존재하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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