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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민영화 연기 배경
입력2000-02-08 00:00:00
수정
2000.02.08 00:00:00
정재홍 기자
포철·담배인삼공사·한국통신 등 주요 공기업들의 주식 해외매각이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고 정부도 조건이 안 좋은 상황에서 굳이 매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강세를 지속, 국제수지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해외 매각은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다.윤용로(尹庸老) 재정경제부 외화자금과장은 『최근 원화가 강세를 지속하고 있어 불요불급한 공기업 주식의 해외 매각은 최대한 늦출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는 공기업 주식 해외매각이 달러 유입에 따른 환율 하락과 경상수지 악화로 연결될 수 있어 거시적 경제운용을 위해서는 달러 유입 속도를 조절할 필요성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그렇다고 공기업 해외매각을 무한정 늦출 수는 없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김경호(金景浩) 재경부 재정자금과장은 『정부와 은행이 보유한 담배인삼공사 지분(80.3%, 시가총액 4조원 규모)을 국내 증시에 내놓을 경우 시장의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면서 『담배인삼공사 주식을 포함한 공기업 주식의 해외 매각은 시기의 문제이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취소할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공기업 해외 매각 계획=현재 해외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은 한국통신·담배인삼공사·포항제철·한국중공업·가스공사 등이다. 한국통신·담배인삼공사·포항제철 등은 지난해 하반기 해외 매각을 추진했으나 해외 주식시장 여건이 나빠 철회됐다.
한국통신은 구주 5%와 신주 10%를 해외기업에 넘기면서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고 포항제철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9.84%) 중 일부를 해외 DR 형태의 매각을 검토중이다. 담배인삼공사의 경우 시가가 공모가(2만8,000원)를 웃도는 시점에서 해외 매각을 추진할 방침이어서 상반기중 매각은 힘들 전망이다.
한국중공업과 가스공사 등도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한 해외 매각 계획을 갖고 있다.
◇외환시장 감안한 매각 방침=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매각에 실패한 한국통신·담배인삼공사·포항제철에 대해 일단 외환시장 불안이 심한 상반기중에는 가급적 해외매각을 자제, 하반기 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재경부는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서 『다만 주식매각 시기 및 방법 등 구체적 절차 등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공기업 주식 해외 매각에서 다소 여유를 되찾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과거 외환위기 직후만 해도 해외 매각 건수만 있다면 매각을 추진하던 분위기에서 이제는 제값을 받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진념(陳념) 기획예산처장관은 오는 11일 공기업민영화추진위원회을 열어 그동안의 공기업 민영화 추진 실적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민영화 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재경부는 이 자리를 통해 최근 원화절상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상반기중 공기업 해외 매각을 가급적 자제해 원화 절상 압력을 낮추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정재홍기자JJ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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