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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창조경제 ] <1> 아이디어로 승부하라

"마케팅 해줄테니 화장품 샘플 달라"…기발한 생각으로 대박<br>실패·재도전 북돋우는 사회 분위기 만들고 지적재산권 중시·보호 정책적 뒷받침 필요


2006년 여름 한양대 영상디자인학과 2학년 최은석 학생과 아주대 컴퓨터공학과 2학년 김대욱 동갑내기 학생은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멤버십에서 처음 만났다. 이 만남을 계기로 3년간 웹 디자인 작업 아르바이트를 함께하던 이들은 완성된 포토샵 웹 디자인을 넘길 때마다 매번 개발자와 다투며 진을 뺐다. 한 달씩 걸려 웹 디자인을 완성했지만 표준화된 '디자인 툴'이 정해져 있지 않아 개발자가 완성본을 받았을 때 언쟁의 소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지긋지긋한 막노동을 계속 하느니 차라리 디자인 가이드 툴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푸념조의 아이디어가 빛을 본 것은 그로부터 몇 년 뒤인 2012년 9월. 한 스타트업 행사에서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할 때 기획ㆍ디자인ㆍ개발 등 복잡한 과정을 단순화해 작업 시간을 단축하고 개발 비용을 최소화해주는 '디자인 가이드 툴'을 소개하자 장병균 본앤젤스 대표는 이들의 아이디어를 높게 평가해 그 해 12월 3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6년 전 잉태됐던 디자인 가이드 툴 '어시스터'는 2개월이라는 짧은 개발 기간을 거쳐 세상 밖으로 나왔다. 지난 4월 시험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달 28일 공식 론칭하기 전부터 휴맥스ㆍ삼성메디슨 등 대기업의 러브콜을 받았다. 유튜브를 통해 프로그램 홍보가 전세계로 퍼지면서 중동ㆍ미국 등지에서도 이를 사겠다는 구매자가 줄을 잇고 해외 개인 고객이 사용법을 찍어 직접 유튜브에 올리는 등 글로벌 팬들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위트스튜디오의 공동대표인 최은석 대표(30)와 김대욱 대표는 "4월 영상을 공개한 첫날 페이스북에 공유된 조회 수가 1만건이 넘는 것을 보고 내가 절실하다고 생각한 아이디어가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2011년 4월 하형석 당시 티켓몬스터 뷰티팀장은 서울시내 한 백화점에 갔다가 무료로 뿌리는 화장품 샘플을 받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써보고 좋으면 사라고 샘플을 뿌리다니… 아예 샘플링을 온라인에서 팔아볼까." 그해 말 신규사업팀장을 맡던 티몬을 그만둔 그는 '업체로부터 샘플 및 정품을 무료로 받는 대신 마케팅을 대신해주겠다'는 제안서만 들고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록시땅' '상파' 등을 찾아가 제안했다. 웹사이트도 없던 당시 29세 청년은 번번이 문전박대를 당했다. 200개 브랜드를 찾아다닌 끝에 한국의 중소기업 5곳만이 제안을 받아들여 2.5%의 성공률로 창업을 시작했다. 국내 1위 뷰티 서브스크립션(소비자가 매월 일정액을 결제하면 다양한 화장품 샘플이 담긴 선물상자를 제공받는 화장품 구독 서비스)인 '미미박스'는 그렇게 매출 원가가 없는 비즈니스라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냈다. 현재까지 미미박스가 뚫은 마케팅 채널은 SNSㆍ케이블TVㆍ잡지 등 14개, 계약을 맺은 화장품 업체는 340여곳. 연내에는 미미박스의 수익 모델에 관심을 가진 싱가포르 및 일본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기로 해 잘만하면 해외 진출도 가능해졌다.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궁리하던 중 고령화 사회를 모티브로 한 '액티브시니어 생활용품' 사업을 떠올렸다. 이 과정에서 편리한 생활용품의 제조 아이디어가 있지만 제품개발이나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기업과 파트너십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업당 최대 7,000만원까지 지원했다. 발꿈치에 스프링이 내장돼 무릎관절에 닿는 충격을 일반 운동화보다 65% 줄여주는 'GD슈즈'는 한 중소기업의 아이디어가 빛을 본 사례다. 김성우 유한킴벌리 마케팅본부장은 "대부분의 시니어들이 무릎관절이 좋지 않은데 왕성하게 활동하려는 욕구는 젊은이들 못지 않아 이들이 무리 없이 활동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제품을 사업화하게 됐다"며 "입소문 덕에 장시간 걸어야 하는 배낭여행객들에게도 인기"라고 말했다.

이런 제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상 속 아이디어가 눈에 보이는 상품으로 개발돼 히트를 치면서 글로벌 시장을 호령할 '퍼스트무버(first mover)' 기업들이 떠오르고 있다.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성공해 세상에 없던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창조경제가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아이디어가 샘솟을 수 있도록 다양성을 존중하고 실패를 북돋아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메디슨을 창업해 '벤처계의 전설'로 통하는 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는 "창조는 10개 아이디어 중 몇 개만 성공해 이뤄지는 것으로 실패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창조가 없고 실패 기업인의 재도전이 없으면 창조사회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무형의 아이디어가 창조적 산물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의 현실화 여부를 논의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정책팀장은 "자연스럽게 대기업들이 사업성을 평가하고 1차 투자를 결정하면 다른 엔젤들이 뒤따라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며 "정부는 시장에서 아이디어 평가 전문그룹을 양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히 다양한 벤처기업이 양산될수록 대기업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이들을 떠안을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소니ㆍ노키아 등은 무너졌지만 1년에 40~50개 벤처기업을 집어삼키며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성장해 가는 GE의 경우가 대표적 성공 사례다. 이를 위해 국내 대기업들도 창업지원센터를 활성화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아울러 아이디어를 창조경제로 선순환시키기 위해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핵심은 지적재산권이다. 개인의 재능ㆍ기술ㆍ아이디어 같은 지적자산을 재산권으로 보장 받아 경제적 수익을 선순환시키는 것이 창조경제인 만큼 창조성이 돈이 되기 위해서는 지식재산권을 소중히 여기는 정책이 필요하다. 글로벌 가수가 된 싸이는 4월 신곡 '젠틀맨'을 발표하며 '시건방춤'의 안무가인 이주선씨에게 공식적으로 안무 저작권을 지급해 화제가 됐다. 고영하 고벤처포럼 회장은 "아이디어가 음식이라면 이를 담는 그릇이 지적재산권"이라며 "한국은 지식재산권에 대한 개념이 약한데 국가가 이를 관리해줘야 하며 특허재판과 특허시장 등 사회적 장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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