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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직 전진배치 자동차회사 김 차장의 하루
입력1996-11-15 00:00:00
수정
1996.11.15 00:00:00
정승량 기자
◎“차 1대라도 더…” 퇴근도 잊었어요/대화주제 찾으려 조간신문 샅샅이/친구들 외면속 오늘도 방문·전화/영업 어려움·확신없는 미래 고민도 커자동차업체에 근무하는 김모차장(40). 자동차판매가 부진하자 관리직 과장 이상의 중견간부들을 영업직으로 전환한 2백여명 가운데 한사람이다.
이들은 지난달 28일부터 서울·경기지역 영업소에 각각 1명씩 배치돼 차를 팔기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회사가 월 3대를 의무판매대수로 할당, 인사고과에 가장 우선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원칙을 세웠기 때문이다. 차량판매 대수는 본인은 물론 해당 점소장의 인사고과에도 영향을 주게돼 점소장도 김차장의 움직임에 눈을 떼지 않고 있다.
『그동안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1대를 팔았지만 이달말까지 2대를 채워야 할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다』는 김차장. 그는 요즘 영업사원들이 얼마나 어렵게 차를 파는지 실감하고 있다. 그래서 「판매도 알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한 이번 인사정책도 십분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런 위안도 잠깐, 현실은 그를 더욱 옥죄인다. 『더 끌수 있는 차를 바꾸는 고마운 친구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방문횟수가 잦아질 수록 말수가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고.
김차장은 갈수록 힘이 든다고 느낀다. 그래서 이전에 근무했던 본사를 찾는 횟수도 늘어나고 있다. 동료나 후배직원에게 차량판매를 부탁해 보자는 계산도 있다. 같은 처지의 다른 간부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다른 부서의 이모차장, 박모과장을 본사에서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 50여명 가량이 본사를 찾는다』는게 동료들의 말이다. 나름대로 재미를 보는 동료들도 많다. 구매부에 근무하던 박과장은 협력업체 임직원들과 쉽게 접촉할 수 있어 큰 성과를 보고 있다. 근무지가 서울·경기지역인 경우는 그래도 나은편이라고 김차장은 스스로를 자위한다. 지방에서 근무하다 올라온 동료들은 하루종일 돌아다니다가 돌아와도 반겨줄 가족이 없다. 타지에 근무지를 배정받은 사원들에게 매달 35만원의 하숙비가 지급되지만 가족과의 생이별은 고통이다.
요즘 웬만한 기업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김차장」.
불황타개의 일환으로 관리직을 생산·영업분야로 「전진배치」하는게 유행병처럼 늘고 있다. 삼성, 현대, 기아, 한화, 코오롱 등 많은 기업들이 수백명씩 재배치를 하고 있다. 이들의 보다 큰 고민은 판매업무가 생소하고 어렵다는데 있지 않다. 『회사는 인사성적이 우수한 사람을 우선해서 선발했으며 몇개월 뒤 원직복귀를 약속하지만 수시로 조직이 바뀌는 상황에서 승진대상인지, 정리대상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게 이들의 한결같은 고민이다.
이런 저런 고민속에서 회사를 떠나는 사람도 많지만 김차장은 상오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난다. 6개월이란 한시적 근무에다, 아내와 초등학생 아들의 얼굴이 자꾸 떠 오르기 때문이다.
『방문리스트를 뽑고 대화주제를 끌어내기 위해 조간신문을 보고 출근하는게 습관이 되고 있다. 상오 7시30분에 영업소로 출근해 하오 6시30분 퇴근이 정해져 있지만 퇴근시간은 따로 없다』며 뛰고 있는 김차장. 말을 마치자 마자 전화통을 든다. 『형님 오랜만입니다. 차 바꿀때….』<정승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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