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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회장-김정일 면담록
입력1998-11-01 00:00:00
수정
1998.11.01 00:00:00
1998년10월30일 밤9시55분, 정주영(鄭周永) 현대 명예회장 일행이 머물고 있는 북한 최고의 영빈관 「백화원초대소」.초대소 일꾼들이 복도에 나와 이곳저곳을 오가고 청소를 다시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방문한다는 전갈이 왔기 때문이었다.
10시25분께 金위원장은 김용순(金容淳) 조선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과 송호경 부위원장을 대동하고 와 『오시느라고 수고가 많으셨습니다』라고 인사하며 일행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金위원장은 『지방출장중이서 늦었고 鄭명예회장이 몸이 불편하셔서 직접왔다』고 말했다.
金위원장이 중앙 쇼파에 앉고 鄭명예회장이 오른쪽에, 몽헌(夢憲) 회장이 왼쪽에 앉았다. 金위원장은 鄭명예회장을 「명예회장 선생」으로 호칭했고, 鄭명예회장은 金위원장을 「장군」이라고 불러 서로에 대한 예를 지켰다.
金 국방위원장이 金 아태위원장에게 『금강산 관광이 기대보다 늦어집니다』고 말하자 金 아태위원장은 『예정보다 늦었지만 곧 실현될 것같습니다』고 답했다. 몽헌 회장도 『예정보다 늦었지만 모든 분들이 협조해줘 11월중에는 실현될 것 같습니다』고 거들었다.
金 위원장이 『금강산관광사업은 현대가 모든 것을 맡아 적극적으로 해주면 고맙겠습니다』고 말했다. 앞으로 남은 일은 사업 시행뿐이라고 생각한 鄭명예회장은 『금강산에 호텔을 짓겠습니다. 또 온정리에는 온천을 개발하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유전개발로 화제가 옮겨갔다. 鄭명예회장이 『석유가 많이 묻혀 있다는데 남한까지 파이프라인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金위원장은 『공화국에서 석유가 납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고 말했다.
金위원장은 이어 『다른 데 하고 할 것 있읍니까. 현대하고 하면 되지요. 그렇게하도록 지시하겠읍니다』라고 덧붙였다.
夢憲회장이 나서 『장군님, 관광사업뿐 아니라 서해안에 공단사업도 하려고 합니다. 경제특구가 좋을 것 같은데 도와주십시오』라고 부탁했다. 몽헌회장은 『남북 경제교류에 도움이 되고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며 공단조성 외에도 8대 경협사업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金국방위원장은 『잘 되도록 하십시오』라고 金아태위원장에게 당부했다.
金 국방위원장과 鄭명예회장 일행은 체육교류도 적극적으로 해보자는데 뜻을 같이했다. 鄭명예회장은 『평양에 실내 체육관을 짓고 남과 북이 오가면서 경기하면 민족화합과 단결을 새롭게 할 것입니다』고 강조했다.
면담이 끝난 뒤 양측은 초대소 입구에 걸려 있는 대형 그림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파도가 힘차게 몰아치는 총석정을 그린 그림이었다. 金위원장은 첫번째 촬영이 끝나자 『나이가 많으신 분이 중간에 서셔야 합니다』며 鄭명예회장을 중간에 세우고 자신은 鄭명예회장의 오른쪽에, 몽헌회장을 왼쪽에 세웠다.
11시10분 떠날 걸음을 준비하던 金 국방위원장은 『언제 또 오실겁니까. 길을 터놨으니 자주 오십시오』라고 환송을 말을 건넸다. 鄭명예회장은 『석유를 주시면 언제든지 오겠습니다.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합니다』라는 말로 이별사를 대신했다. 【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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