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아베노믹스’여파로 엔화가치가 연일 곤두박질치면서 일본 투자 상품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ㆍ달러 환율이 장기적으로 100엔까지 근접하는 등 엔저(低)현상이 장기화 될 것이라며 일본펀드나 엔저에 베팅하는 상품에 관심을 둘 것을 조언한다.
8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일본펀드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23.39%로 해외펀드 중 가장 좋은 수익률을 올렸다. 이는 해외주식형펀드 평균 6개월 수익률인 14.08%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치다.‘신한BNPP Tops일본대표기업증권투자신탁(주식)’’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이 32.97%로 가장 좋았다. 이 펀드는 엔저의 최대 수혜를 입고 있는 도요타(5.14%), 혼다(2.37%)등 일본 자동차 기업을 포함해 일본 금융그룹인 미쓰비시UGFㆍ스미모토ㆍ미즈호 금융그룹을 대거 편입해 운용하고 있다.‘KB스타재팬인덱스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상품형)’가 32.33%로 뒤를 이었고 ‘미래에셋재팬인덱스증권투자신탁1호(주식-파생형)’도 29.92%에 달했다. 이 펀드는 니케이 225지수를 추종하는 노무라 상장지수펀드(ETF)와 쿄세라, 혼다등 수출업체를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엔화가치 하락으로 수출경쟁력이 살아난 자동차주와 일본정부의 양적완화로 실적 기대감이 살아난 금융주의 주가가 일본 주식시장에서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며 “엔화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일본펀드의 매력도 높아질 것”고 말했다.
일본펀드에 투자할 때는 환헤지가 가능한 펀드를 고르는 게 좋다. 환헤지가 가능할 경우 펀드명 뒤에 ‘(H)’라는 문구가 붙는다. 제로인 이은경 연구원은 “다른 해외펀드들은 현지통화와 직접 환헤지가 불가능하지만 일본펀드는 원화와 엔화의 직접 환헤지가 가능하다”며 “원ㆍ엔 환율도 하락하고 있는 만큼 환차손을 입지 않으려면 환헤지가 가능한 펀드를 선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엔저에 베팅하는 구조화 상품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엔ㆍ달러 환율변동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을 발행했다. 이 상품은 1년만기로 엔ㆍ달러 환율이 내년 1월 29일 만기일에 96.77엔 이상이면 투자원금에 6%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만약에 엔 ㆍ달러 환율이 96.77엔 밑으로 떨어져도 원금은 전액 상환돼 안전하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지난 1일 발행 결과 투자자들의 큰 관심으로 많은 자금이 몰렸다”며 “앞으로 엔화약세에 베팅하는 DLS를 추가로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KDB대우증권 엔화 약세 베팅 랩’도 투자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만 하다. 이 상품은 미국 시장에 상장된 엔화관련 ETF에 투자하며 엔ㆍ달러 환율상승폭(엔화가치 하락)의 2배에 달하는 수익을 추구하도록 설계됐다. 지난해 8월 설정 이후 최근 6개월 수익률이 32%에 이르고 엔화가치가 본격적으로 급락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이후 수익률은 27%에 달했다.
KDB대우증권 서대일 선임연구원은 “당분간 엔화 약세가 조정 또는 소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엔화약세 전망을 유지한다”며 “3월 일본은행 총재 임기 만료와 7월 참의원 선거가 변곡점이 되겠지만 올해 말까지 엔ㆍ달러 환율이 94.5엔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엔저 관련 상품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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