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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비즈니스] 한우물경영의 표상 `레고'
입력1998-12-20 00:00:00
수정
1998.12.20 00:00:00
최근 국내 어린이들에게 한가지 희소식이 날라들었다.어린이들을 위한 20만평규모의 테마파크 「레고랜드」가 한국에 건립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으로 120여개국의 치열한 예선 경합을 뚫고 일본, 독일 등과 함께 건립 후보지로 결정됐다. 아직 최종결정이 남았지만 선정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레고코리아측의 설명이다.
완공시점을 2002년으로 잡고 있는 이 테마파크는 레고그룹이 블럭완구 3,000만개를 이용해 세계 각국의 풍경과 특징적인 건축구조물들을 실물의 20분의 1크기로 축소제작한 가족공원이다. 지난 68년 개장한 덴마크 「레고랜드」에는 매년 150만여명의 관광객이 몰리는등 단연 인기. 96년에는 영국에 18만평규모의 두번째 레고랜드가 개장을 했고 내년에는 미국 칼스배드(CARLSBAD)에 3번째 레고랜드가 문을 열 예정인데 한국에 레고랜드가 선보이면 세계 5번째 안에 드는 것이다. 예상 투자액은 2억달러로 추정된다.
세계적인 완고업체인 레고의 회장은 키엘 커크 크리스찬센이다.
레고(LEGO)란 말은 「재미있게 놀다(LEG GODT)」란 덴마크어의 머릿글자 두자를 따서 만든 것으로 두말할 필요없는 완구의 대명사다.
지난 32년 「최상의 것만이 최고의 가치를 가진다」는 모토로 창립자 올레 커크 크리스찬센이 6명의 종업원을 가진 소규모 목공회사에서 출발해 지금은 전 세계 28개국에 48개의 자회사, 종업원 수만도 9,000여명에 달하는 초대형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했다. 생산설비를 가진 국가만도 본사가 위치한 덴마크를 비롯, 한국·미국·브라질·스위스 등 5개국에 이르고 독일 등 3개국에는 자체금형공장도 확보하고 있다. 또 해마다 1억개의 부품과 제품을 생산하여 130여개국에 있는 6만여개의 판매망을 공급한다.
레고가 세계 정상완구업체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66년간 블록완구에만 전념한 「외길경영」때문이다. 초창기 나무완구서부터 40년대의 플라스틱완구를 거쳐 90년대 전자칩을 내장한 제품에 이르기까지 오직 완구 한가지만을 고집해 왔다. 물론 최근들어 의류, 잡화시장에까지 발을 넓히기는 했지만 이것은 완구를 보조해주는 역할을 할 따름이다.
한우물경영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만은 아니다. 80년대 이후 컴퓨터의 보급확산으로 일부에서는 블럭개념을 포기하자는 주장도 나왔었다.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는 곧 철회됐다. 이유는 한가지. 완구는 단순한 놀이기구가 아닌 어린이의 교육을 위한 도구라는 것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새로운 의견은 철저히 존중돼 곧 신제품개발로 연결된다. 지난해 미국의 MIT대학과 공동으로 블록 내에 컴퓨터칩을 내장한 「레고보트(LEGOBOT)」를 개발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에는 내년 상반기 중 선보일 이 제품은 블록이라는 기본개념과 현대적 기능을 결합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다른 요소는 끊임업는 연구개발. 레고는 덴마크 본사의 4개 제품개발부 그리고 미국, 일본등에서 제공하는 아이디어들을 모아 매년 100여가지이상의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속한 디자이너만도 수백명에 달한다. 이렇게 지출된는 연구·개발(R&D) 비용은 레고그룹 총매출의 11%에 달한다.
철저한 현지밀착경영도 레고의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현재 48개 자회사의 사장들은 모두 현지인이다. 창출되는 이윤 역시 담당회사의 몫이다. 레고코리아의 경우 84년 창립된 이래 지금까지 수익금 중 한푼도 본사로 송금한 적이 없다. 모두 설비투자와 종업원 복지시설 확충 등 현지재투자로 돌아갔던 것이다. 또 경영에 관한 모든 권한도 현지회사가 가지고 있다. 덴마크본사에서 하는 것은 현지상황을 파악하고 보고하는 것이 전부. 따라서 본사에서도 현지에 직원을 파견근무케 하는 것이 아니라 순회방문에 그치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가장 큰 장애는 역시 외국기업이라는 현지인의 인식이다. 레고는 이같은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 해마다 사회사업을 벌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해 헌신한 개인 또는 단체에 수여하는 이드라실(YGDRASIL·풀뿌리나무라는 뜻)상이 한 예다. 지난 85년부터 실시된 이제도에서 수상자는 매년 1억5,000만원상당의 상금을 받는다. 지금까지 전세계 25개 개인 및 단체가 수상했으며 95년에는 한국의 색동회가 단독수상한 바 있다.
최근들어 레고는 또 한번의 웅비를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미디어시장으로의 진출과 로봇·가정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레고는 이 사업들을 블록완구와 함께 3대 핵심사업으로 정하고 2005년까지 집중 육성키로 했다. 새로운 천년을 대비한 새로운 경영을 시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그리고 레고는 이를 통해 세계놀이시장의 제왕 자리를 넘보고 있는 것이다. 【송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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