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훈(사진) S&T중공업 회장은 27일 "기업의 역할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인데 수십만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대기업 총수를 과거의 관행적인 잘못을 이유로 엄중 처벌하는 것이 사회정의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배 회장은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이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KERI 포럼에서 "박근혜 정부가 목표로 한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면 3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30조원 이상의 기업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이어 "CJㆍSKㆍ한화 등 기업 총수가 구속되거나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데 과거에 관행적으로 일어난 일들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어느 정도 용납하고 미래를 보고 타협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신뢰의 구축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 회장은 과거 대우전자 대표이사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관행적으로 은행 차입에 개인보증을 섰다가 현재까지도 수백억원의 빚이 있는 신용불량자 상태로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기업활동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던 일에 대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면 기업 회장들은 항상 위기에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에서 기업활동에 대해 좀 더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배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인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과거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당시 김 전 회장은 밖에서 풀을 뽑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저 사람들이 할 일이 없어 풀을 뽑고 있는데 그들에게 할 일을 만들어주는 게 우리가 잘되는 것'이라며 일감을 만들어 낼 것을 주문했다"고 회고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배 회장은 새 정부의 경제화두인 '창조경제'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배 회장은 "정보기술(IT)과 다른 산업이 융합한 창조경제는 예전부터 해왔던 것으로 그다지 새롭지 않은 개념"이라면서 "창조경제는 역동적인 인재들로 구성된 역동적인 사회가 만들어져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등이 창조경제의 아이콘으로 한국에 초대되기도 했는데 이들이 한국에 있었다면 그만큼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해외의 몇몇 성공사례를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각 나라마다 상황에 맞게 인재를 육성해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배 회장은 벤처기업 육성과 관련해 인수합병(M&A)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벤처기업이 장기적으로 살아남으려면 M&A가 필요한데 우리 벤처기업들은 적당한 기회에 회사를 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서 "특히 삼성 등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인수하려 하면 적대적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사회적 신뢰가 없어서 그런 것으로 우리 사회에도 상생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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