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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쌀대책 방향 전환

정부가 4일 국무회의에서 2003년산 추곡매입가격을 전년보다 2% 내리고, 4,000억원인 논농업직불금을 800억원 증액키로 확정했다. 지난 1950년 추곡매입제가 시행된 이후 매입가격이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농정의 큰 틀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현재 진행중인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아젠다(DDA)협상과 내년부터 시작되는 쌀 재협상에서 우리나라의 쌀시장 개방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DDA 협상에서는 관세와 보조금의 대폭적인 감축이 주요 의제가 돼 있고, 재협상에서는 현재의 관세화 유예조치의 계속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관세화로 가면 경쟁이 바로 시작되고, 관세화 유예로 가면 경쟁이 일시유예 되는 차이밖에 없다. 관세화 유예로 결정된다 해도 수용 가능한 의무수입물량을 추가로 확대 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이 같은 상황은 10년 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때 이미 예고된 것으로 대비하기에 충분한 시간도 있었다. 그 동안 농업구조개선에 57조원이란 많은 돈을 투입했다. 그러나 농가의 빚만 늘어나는 등 사정은 더 나빠졌다. 농정이 반대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내려야 할 수매가를 해마다 올렸다. 그래서 국산 쌀과 수입 쌀의 가격차를 더 벌려놓아 경쟁은 더욱 어려워졌다. 1996년 4.3배 였던 가격차가 작년엔 4.9배로 더 벌어졌다. 또 줄였어야 할 수매량도 증량 또는 동결했을 뿐이다. 여기에 쌀 소비의 감소가 겹쳐 재고는 자꾸 늘어나고 있다. 올해 말 예상 재고는 적정수준의 2배인 1,190만석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농가소득보전을 명분으로 한 정부의 나태와 선거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무책임이 합작해 만들어낸 결과다. 2%의 가격인하는 수입 쌀과 가격차를 감안하면 상징적인 의미밖에 없는 인하율이다. 그러나 그것이 주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거기에는 더 이상 우리 농업이 보호막 안에서 안주할 수 없게 됐다는 점과, 쌀 수매 값은 갈수록 더 큰 폭으로 내려갈 수 밖에 없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정부도 농민도 그 같은 인식아래에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DDA협상이나 쌀 재협상에서 개방의 폭을 낮추고, 시점도 최대한 늦추도록 협상력을 발휘해 야 한다. 개도국 지위확보는 그것을 위해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다. 중ㆍ장기적으로는 논농업직불제나 소득보전직불제 등 농가소득안정을 위한 제도를 내실화하고, 쌀 농사의 규모화와 고품질화로 국산 쌀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제고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안에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는 여야는 정치권의 그 같은 자세로 인해 쌀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됐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장순욱기자 swch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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