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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노트북'

평생 한 여자만을 사랑한 남자의 일생


여기 책 읽어주는 한 남자가 있다. 세월의 무게가 얼굴의 주름에 완연히 묻어나는 남자는 요양소에서 치매 치료 중인 할머니에게 애틋한 사랑 얘기를 들려준다. 할머니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이야기에 감동하지만 문득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얘기인 거 같다. 남자는 가슴 벅차 하지만 짐짓 담담한 표정이다. 인생 끝까지 변치 않는 사랑이 여자를 지켜준다. 26일 개봉작 ‘노트북’(감독 닉 카사베츠)은 평생 한 여자만을 바라보고 사랑해 온 남자의 일생을 담아낸 영화다. 세상 둘도 없이 아름다웠던 아내는 치매에 걸려 자신의 남편도 알아보지 못하지만 그녀를 향한 남자의 사랑은 시간이 지나도 식지 않는다. 남자는 마치 소설책 읽듯 둘만의 러브스토리를 들려 주며 죽을 때까지 사랑을 다짐한다. 영화는 한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다시 극화해 보여주는 회상 형식으로 구성됐다. 액자 속 이야기는 가슴 설레는 로맨스 그 자체다. 가난한 막노동꾼 노아는 부잣집 딸 엘리에게 첫 눈에 반한다. 젊은 혈기에 그들은 뜨거운 사랑에 빠지지만 딸의 부모는 그들이 맺어지길 원치 않는다. 부모의 강요로 둘은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되지만 시간의 흐름이 그들을 갈라놓을 순 없다. 7년 동안 오로지 엘리만을 기다린 노아는 어린 시절 꿈꾸던 대저택을 짓는다. 7년만에 첫 사랑 노아를 만난 엘리. 여전히 부모는 둘 사이를 반대하고 약혼자까지 있지만 둘의 사랑을 거스를 순 없다. 가을을 노린 로맨스물인 만큼 영화는 단 한 순간도 관객을 배신하지 않는다. ‘영원 불멸한 첫 사랑’이라는 소재 자체는 지극히 비현실적이지만, 누구나 꿈꾸는 로맨스이기에 ‘픽션’의 본분에 충실할 뿐이다. 그렇기에 영화 속 사랑은 지극히 아름답고 달콤하기만 하다. 젊은 시절 둘이 겪는 고난 역시 TV드라마수준에서 단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상상하는 대로 풀리는 영화는 ‘진부함’이라는 말로 부족하다. 작품이 그려내는 풍경 만큼은 관객들을 만족시킨다. 노아가 엘리를 기다리며 지은 대저택은 문구점에서 파는 ‘팬시 사진’ 풍경에 다름 아니다. 둘이 만나 저택 앞 강에서 노를 저으며 데이트하는 장면은 19세기 풍경화를 보는 듯 하다. 잔물결 이는 강가에 저녁 노을이 가득할 즈음이면 이 영화가 늦가을을 겨냥한 로맨스물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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