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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예술이 공간을 채우는 '전시'를 통해 감동을 전달했다면 현대미술은 작품설치의 배경에 불과했던 공간까지 '작품의 의미'로 끌어들였다. 건축이라는 공간에 미술을 결합한 다양한 전시들이 눈길을 끈다.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명예관장 이성순)은 작품의 형식과 물리적 공간의 경계를 허문 '타입 월(Type Wall)'전을 열고 있다. 작품 뿐 아니라 미술관 공간 전체가 작품이 되고 관람객까지 전시의 일부로 흡수된다. 총 5개팀이 참여했다. 첫번째 전시실은 2010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설치작가 박지원이 맡았다. 양쪽 벽이 유리창으로 노출된 전시장의 창쪽에 투명 튜브를 쌓아 실내외 공간을 동시에 볼 수 있게 했다. 김승영과 오윤석은 벽돌을 쌓고 스피커를 설치해 소리까지 작품으로 담았다. 지하루와 그라함은 벽 전체를 가로지르는 흰 천을 설치했고 이는 천막처럼 공간을 이루는 동시에 영상을 투사하는 스크린 역할을 한다. 또 이승애는 '몬스터' 오브제를 설치한 다음, 조명장치가 장난감기차처럼 돌면서 비추게 해 시시각각 색다른 이미지를 펼쳐보인다. 전시기획은 고원석 공간화랑 큐레이터가 맡았다. 전시는 5월29일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02)425-1077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 인접한 서촌지역 통인동 154-10번지 일대에서는 시인 이상(본명 김해경ㆍ1910~1937)이 살았던 집을 되살리는 '이상의 집 프로젝트'가 6일부터 시작된다. 이곳은 27세에 요절한 이상이 3세부터 23세까지 생애 대부분 기간을 살았던 큰아버지 김연필의 집터 중 일부다. 필지가 쪼개지면서 전체 집터 중 10분의 1정도만 남아 이상이 실제 살았던 곳은 아니어서 문화재청의 등록문화재 지정은 불발됐다. 하지만 '천재시인' 이상을 기념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점과 이상이 경성고등공업학교를 졸업하고 총독부 건축기사로 일하는 등 건축 애착을 가졌다는 점이 이곳을 되살리려는 의지에 불을 지폈다. 2009년 이후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이 땅을 매입했고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건축과 예술프로젝트를 맡았다. 착공이 본격 시작될 6월까지는 예술과 일상이 뒤섞인 '이상과의 대화'가 진행된다. 조형예술가 유영호는 전망대를 연상하게 하는 설치작업과 지붕 위의 '넥스트작업' 등을 통해 이상의 문학을 공간화한다. 설치작가 이주영은 포르투갈 작가 페드로 라고아와 함께 서촌지역 주민을 참여시키는 '장소 특정적 미술(site-specific art)'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준다. 건축사진가 황우섭, 임진영은 이 모든 프로젝트를 사진으로 기록할 예정이다. 6월부터는 건축가 김원, 민현식의 자문 아래 5개팀이 연내 완공을 목표로 '이상의 집' 건립사업을 전개한다. 안국동 갤러리아트링크에서는 한옥의 가능성과 미래에 대해 고민해보는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2' 공모전의 수상작 전시를 열고 있다. 공모에는 425개 팀, 648명이 참여했다. 정재원(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의 작품 '골목집'은 시대 변화 속에서 삶의 지속성과 연속성을 잃어가는 서촌에서 골목길의 역할을 다시금 되짚어본다. 윤민환(와세다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의 '틈을 재인식하고 한옥을 들어올리다'는 단절, 파편, 정체라는 문제의식을 별채 한옥을 위로 들어올리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 전시는 9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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