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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허가 남발 부실상품 양산
입력2002-07-30 00:00:00
수정
2002.07.30 00:00:00
■ 보험개발원 감독기관화 논란요양급여 적정성 심사·평가등 권한 막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 가운데 문제가 되고 있는 대목은 보험사의 회비로 운영되는 이익단체이자, 보험료율산정전문기관인 보험개발원에 보험상품의 실질적인 심사기능을 부여하는 조항이다.
이는 여러 업무분야에서 마찰을 빚고 있는 재경부가 금융감독위원회와의 알력을 피하기 위한 우회적인 전술(?)이긴 하지만 문제가 더 많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민간기구가 보험상품의 인허가권을 쥘 경우 부실한 보험상품이 양산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정부의 간접적인 통제로 금감위(원)에 이어 제2의 보험감독기관이 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재경부가 금감위로 넘어간 '보험 감독권'을 되찾아가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선도 있다.
▶ 보험상품심사, 어떻게 될까
개정안은 보험사가 판매하기 전에 승인을 받아야 하는 '신고상품'을 제외한 모든'판매후 보고상품'의 내역을 금융감독위원회가 아닌 보험개발원에 판매후 제출토록 하고 있다.
판매후 보고상품은 보험사의 전체 상품중 95%(자동차보험 포함)가 넘고, 보고상품이라 하더라도 제출후 상품으로서의 적정성 여부를 심사해 문제가 드러나면 시정조치가 내려져 사실상 제재권한을 갖는다.
개정안은 또 보험개발원이 민영의료보험개발에 필요한 의료정보를 건강보험관리공단에 요청할 수 있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요양급여(치료비)의 적정성을 심사ㆍ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 보험개발원 사실상 준감독기구 된다
보험상품은 보험사와 보험소비자가 만나는 접점이다.
이에 대한 심사기능을 보험개발원에 맡긴다는 것은 금감위(원)의 권한은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보험개발원이 '제2의 보험감독기구'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개발될 민영건강보험을 보험개발원이 주도하도록 한다는 개정안 내용에서도 보험개발원이 준감독기관화로 격상될 수 있음이 재차 확인된다.
민영건강보험은 앞으로 2~3년내에 종신보험 등 최근 주류를 이루는 상품을 대체할 미래상품으로 전망되고 있다. 보험개발원이 거대한 시장을 이루게 될 민영건강보험을 주도함으로써 보험업계의 새로운 감독기관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재경부는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보험개발원에 '상품심사권'과 '민영건강보험'이라는 강력한 '칼'을 쥐어준 셈이다. '지극히 비상식적인 발상'이라는 대다수 보험전문가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재경부가 보험개발원에 힘을 실어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재경부가 '리모트 컨트롤'이 용이한 보험개발원을 통해 보험업계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 "보험개발원 지배구조변경검토"
재경부의 이 같은 구상은 보험업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더욱 분명해졌다. 지난 2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박재식 재경부 보험제도과장은 "보험상품개발능력이 앞으로 보험사 경쟁력을 좌우하게 되는 만큼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보험사들의 이익단체(보험개발원은 보험사가 납부하는 회비로 운영)인 보험개발원이 상품 심사 등을 맡게 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보험개발원의 지배구조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재경부는 보험개발원 최고의결기구로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상품심사 위원회'를 둬 상품심사를 맡긴다는 구상이다.
결국 재경부는 보험개발원의 지배구조를 바꿔서라도 보험상품의 심사 기능을 금감위에서 떼어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감독권의 이원화를 우려하는 업계에서도 반대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생보사 임원은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개발원을 단순한 보험료율 산출기관에서 준감독기관으로 격상시키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며 "이는 보험개발원을 통해 재경부가 직접 보험업계를 감독하겠다는 의미여서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보험사 임원은 "신상품에 대한 심사는 곧 보험상품의 공시 기능, 즉 보험료 및 담보내용비교 등으로 까지 확대될 것이고 이는 또 소비자에 대한 민원창구역할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보험소비자와 관련된 상당 부분의 감시 기능이 보험개발원으로 이관됨으로써 보험사들은 새로운 감독기관으로부터도 감독을 받아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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