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악화로 직장인들의 주머니 사정은 어느 때보다 좋지 않다. 하지만 때가 때인지라 연말연시를 앞두고 저녁 일정이 빡빡한 사람들도 많다. 직장 회식ㆍ동창회ㆍ송년회 등 줄줄이 이어진다. 불경기 탓에 모임을 단출하게 진행한다고는 해도 많은 사람들이 빼지 않고 찾는 곳이 바로 노래방이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의 경우 평소 받은 스트레스를 마이크를 붙잡고 풀어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목을 지나치게 사용해 곤란을 겪기도 한다. 건양대학교병원 유신영(이비인후과ㆍ사진) 교수는 “무리한 발성은 피로를 부르는 요인일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또 다른 질병을 초래한다”면서 “특히 일부의 경우 성대결절과 성대폴립 등으로 인한 발성장애까지 초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성장애란 소리의 구성 요소인 음질ㆍ높이ㆍ세기(크기)ㆍ지속시간 등에 이상이 있는 증상. 원인은 ▦발성기구인 후두 이상 ▦전신질환 ▦기능성 발성장애 등을 들 수 있다. 이중에서 후두 이상으로 인한 발성장애가 가장 많으며 성대가 혹사당해 발생하는 성대결절도 여기에 포함된다. 후두염이나 어린이 성대결절, 성대폴립, 후두마비, 후두종양, 후두외상 등도 발성장애를 초래하는 질환이다. 이밖에 내분비(호르몬) 기능에 문제가 있을 때도 발성장애가 올 수 있으며 정신-심리적 요인과 나쁜 발성습관의 모방(예를 들면 특정가수의 발성을 흉내내는 것)도 목 건강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발성장애를 예방하는 방법은 원인이 되는 음성의 남용을 막고, 좋지 못한 발성법을 고치는 것이다. 흡연처럼 성대에 이롭지 못한 습관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목을 따뜻하게 해주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감기에 걸렸을 때에는 음성사용을 가능한 자제하는 것도 큰 도움을 준다. 성대에 굳은 살이 박혀 목소리 자체가 변하는 성대결절은 성대의 지속적인 남용, 과긴장성 발성(힘을 잔뜩 주어 소리를 내는 것)이나 무리한 발성에 의한 국소적 염증반응이 원인이다. 어린이의 경우 6~7세 남자에게, 성인은 여자에게 많은 편이며 직업 분류상으로는 교사ㆍ가수ㆍ판매종사자에 빈발한다. 크게 소리지르면서 노는 어린이 등 만성적으로 성대를 남용하는 급한 성격에도 잘 나타난다. 성대결절은 성대 사이 충격에 의해 점막하 출혈이 일어난 후 이곳이 섬유조직으로 대치되면서 형성된다. 주증상은 쉰 목소리(애성)다. 성대결절의 경우 쉽게 음성이 피로해지며 고음에서 음성의 분열과 이중음성이 있지만 통증이나 삼키는 데는 문제가 없다. 대개 일정한 크기 이상으로는 악화하지 않아 기도폐색으로 인한 호흡곤란은 일으키지 않는다. 양측 성대에 많이 발생하며 전체 성대의 앞쪽 1/3과 중간 1/3 지점이 만나는 부위에 빈발한다. 치료법으로는 잘못된 발성습관을 고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음성 휴식을 어느 정도 취하면서 복식호흡과 근육이완법이나 부드러운 발성법을 익히는 등 음성치료를 시행한다. 어린이는 소리를 너무 지르면서 놀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초기 병변은 보존적 치료로 80%이상 호전 시킬 수 있는데 소아라면 더 그렇다. 그러나 3개월 이상 보존적 치료를 해도 음성장애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수술이 필요하다. 미세현미경으로 성대에 최소한의 상처를 주는 후두미세수술을 시행해 문제부위를 제거해야 한다. 수술 후 1~2개월까지 성대사용을 최소화하고 건조한 공기를 피해야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치료 후에도 계속 음성을 남용한다면 재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성대폴립은 성대에 물 주머니 같은 조그만 혹이 생긴 증상으로 성대 남용, 특히 낮은 피치로 과긴장성 발성과 장기간 흡연을 했을 때 잘 생긴다. 그러나 유 교수는 “성대폴립은 단 한번의 큰소리를 낸 후에도 발생할 수 있고, 상기도 감염 등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폴립의 크기ㆍ위치에 따라 증세 변화가 많다. 거의 목소리 변화가 없는 경우부터 폴립이 성대사이로 돌출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증상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대부분 쉰 목소리가 갑자기 발생하면서 발생 후 수일간 발성이 곤란한 경우가 많다. 치료는 음성남용ㆍ흡연을 금하면서 작거나 초기 폴립은 음성치료를 시도한다. 하지만 대부분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은 성대 결절과 마찬가지로 성대 정상점막과 점막하 조직을 보존 시키는 후두미세수술을 시행한다. 후두 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이라고 할 수 있는 애성(쉰 목소리)은 가장 먼저 나타나는 음성장애다.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후두질환 외에도 성대마비ㆍ후두암 도 애성의 원인일 수 있으므로 증상만으로 속단해서는 안 된다. 흡연은 애성의 큰 원인으로 꼽히지만 후두암의 주 원인이므로 흡연자 중 애성이 2주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를 찾아야 한다. 애성이 2~3주 지속되면서 객혈과 통증이 있거나 침을 삼키기 어려우면서 목에 혹이 느껴질 때, 목소리가 심하게 변하거나 잘 나오지 않을 때는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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