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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소 이치로 한국토요타 사장
입력2003-07-08 00:00:00
수정
2003.07.08 00:00:00
조영주 기자
“토요타 노조는 경영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노조는 회사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고 임금 외에 노동환경이나 조건까지 고민하고 있다. 너무 과도한 요구가 오히려 회사부도나 실업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오기소 이치로(小木曽一郞ㆍ49)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은 토요타가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노사간 대화와 협력이 밑거름이 됐다고 강조했다.
오기소 사장은 “올 한국토요타의 판매목표인 3,150대의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며 “연초에 올해 수입차 시장이 1만6,000대에 그칠 것으로 봤으나 특소세 인하 등에 따른 판매증가로 지금은 1만7,500대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렉서스`라는 고급브랜드를 내세웠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품질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고객을 만족시키는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기소 사장은 지난 1월에 한국토요타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반년이 지나면서 일본음식을 그리워하지 않을 정도로 한국음식에 푹 빠져있다.
“갈비, 불고기, 설렁탕, 갈비탕, 부대찌개, 한정식 등등.” 지금까지 맛있게 먹어본 음식을 줄줄 외운다. 하지만 광주에서 먹어본 홍어회는 아직까지 입에 맞지 않는다고 귀띔한다. 부산 가서 산낙지를 먹고싶다는 말에 이미 그가 절반은 한국인이 됐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오기소 사장은 얼마 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다. 한국인과 한국문화를 제대로 이해해야 그가 꿈꾸고 있는 `2006년 수입차 판매 1위`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짧은 시간에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판매대수를 보고 기뻐하고 싶지 않는다. 고객이 렉서스를 보유하고 있는 동안 최고의 만족을 누리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오기소 사장은 짧은 기간 내에 판매를 늘리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한국 수입차 시장이 엄청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탄탄한 판매기반을 닦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이를 위해 전국에 3개뿐인 딜러를 급속하게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9월부터 서울 강북과 광주지역에서 새로운 딜러가 판매에 들어가는 데 이어 조만간 인천과 분당에 딜러를 선정할 계획이다.
새로운 모델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오기소 사장은 “렉서스 모델 대부분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LS430의 가격에 버금가는 SUV의 대표 모델 LX470(랜드크루저 100)을 들여오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기소 사장은 최근 일본의 경쟁업체인 혼다가 한국법인을 설립한데 대해 경계의 눈빛을 보였다. 그는 “혼다는 예로부터 `와이가야(의성어로 소곤소곤의 의미)`로 대표되는 회사다. 조직내에서 자유롭게 의사교환을 한후 결정한다는 기업의 특징을 말하는 것이다. 젊은 세대의 의견을 수용해 디자인을 채용하고 파격적인 가격전략도 강점인 만큼 신경이 안 쓰인다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기소 사장은 한국의 노사문화와 토요타의 그것을 비교하며 “토요타의 노조는 회사에서 예상보다 많은 수익을 냈다고 해서 더 많은 임금을 받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이익을 내고도 올해 임금을 동결시킨 것도 나쁜 경제여건에서 회사의 생존과 성장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경영참여와 관련, “일본에서도 노조의 경영참여가 화두가 됐지만 전문적인 경영자들이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노조가 임금이나 근로조건에 대해 요구할 수 있지만 이를 넘어서는 경우 회사 부도나 실업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을 이었다.
오기소 사장은 현대ㆍ기아차의 급성장에 대해 “한국산 자동차가 가격에 비해 좋은 부품을 장착하고 있고 세계적인 트랜드인 SUV 붐에 발맞춘 것이 이유인 것 같다”며 “토요타 본사 기술부에서도 한국산 자동차의 품질이 급속도로 향상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애프터서비스가가 여전히 약하고, 부품이나 기술면에서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 의존하고 있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2005년 경유승용차 허용, 2008년 경차규정 변경 등을 두고 “푸조와 함께 디젤엔진을 개발하고 있어 2005년에는 유럽업체와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며 “가만히 앉아서 상황을 관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경영철학과 스타일
“한국사람의 성격과 체질, 삶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이 마케팅의 첫 단추입니다.”
오기소 이치로 사장은 한국에 부임한지 한 달도 채 안되어 기자간담회에서 연설문을 한국말로 읽을 정도로 한국의 언어와 음식을 비롯한 한국문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보여줬으며, 고객 만족정신을 바탕으로 현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실천하고 있다.
오기소 이치로 사장은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삼는 토요타 경영전략을 한국에서 실천하는데 힘을 쓰고 있다.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토요타에 입사한 그는 지난 24년간 북미시장과 남아프리카 시장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며 탄탄한 글로벌 마케팅 경험을 쌓아왔다.
오랜 해외법인 생활을 통해 얻은 것은 현지화 없이는 고객을 알 수도 만족시킬 수도 없다는 것. 오기소 사장의 이러한 생각은 `고객 만족 최우선주의`를 지향하는 도요타의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한국 소비자들의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렉서스의 성공요인에 대해서도 “자동차 성능에 대한 자신감과 100% 소비자 만족을 추구한 점이 성공적인 판매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그는 언제나 사원들에게 “첫째가 고객이고, 둘째는 딜러”라는 말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도 확고하다. 한국토요타는 설립된 이래 지난 2000년부터 토요타클래식 개최, 청소년 교류프로그램 후원, 인문학연구 지원, 토요타 암연구기금 설립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이를 더욱 확대하려는 생각을 가진 오기소 사장은 훌륭한 기업시민(Good Corporate Citizen)이 돼야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자동차 비즈니스는 자동차를 판매한 이후에 시작된다`는 고객감동 경영 철학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실현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에도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약력
▲54년 일본 출생
▲77년 일본 게이오대학 경제학과 졸업
▲88년 토요타 북미지역 사용차 마케팅 담당
▲92년 토요타 본사 북미지역 마케팅 매니저
▲97년 토요타 남아프리카 마케팅 담당 이사
▲2001년 토요타 본사 남아프리카 마케팅그룹 매니저
▲2001년 토요타 프로젝트 부장
▲2003년 한국토요타 대표이사 사장
<조영주기자 yj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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