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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수단은 없고… 한은 깊은 고민

정책당국 '가계부채 해결' 압박 나서는데<br>통화량 흡수 위해선 금리인상 필요 불구 유럽위기에 불가능<br>금융사 신용팽창으로 통화량 조절기능 한계<br>"금리 올릴 수 있었을때 적극 올렸어야" 후회도


한은이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때문에 깊은 시름에 빠졌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정책 당국이 통화량 조절과 가계부채 해결에 동참해 줄 것을 압박하면서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동네북 신세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은 최근 "통화량 관리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한은에 유동성 옥죄기를 요구했고,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서는 정책공조가 절실하다"며 한은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된 가계부채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면 향후 경제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지금이야말로 한은이 액션플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은의 고민이 있다. 정책방향은 제대로 알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통화정책 수단을 통화량 관리에서 기준금리(콜금리)로 바꾸었다. 금리를 정책의 수단으로 삼는 현 체제하에서는 통화량을 한은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다. 현재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한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통화량을 조절한다. 현 3.25%의 기준금리 수준에 맞춰 통화량을 공급한다는 얘기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통화량은 금리의 종속변수일 뿐 독립변수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재정부와 금융위가 약속이라도 한 듯이 협공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요구대로 시중 통화량을 흡수하면 금리가 상승해 금통위가 결정한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통화량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유럽발 재정위기가 우리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설령 기준금리를 무시하고 통화량을 조절하더라도 기대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시중 유동성은 한은이 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은이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통화는 '본원통화(화폐발행액+지준예치금)'이다. 하지만 시중 유동성은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금융기관의 행위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한은이 통화공급을 줄이거나 통화량을 흡수하더라도 금융기관들이 영업활동(신용창출)을 강화하면 시중 유동성은 오히려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실제 한은의 본원통화 증가율은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2010년 하반기 17%대를 넘어섰다가 지난해 하반기에는 10% 이내로 떨어졌다. 하지만 각종 금융상품을 포함한 금융기관 유동성은 지난해 상반기 4%대에 머물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8%대로 높아졌다. 한은이 통제하는 본원통화와 시중 유동성간에 상관관계가 없어지고 간격이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회사들의 신용팽창으로 한은의 통화량 조절기능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지급준비율(지준율) 인상도 한은이 유동성 회수에 동원할 수 있는 카드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지준율을 올려 유동성을 흡수하더라도 한은은 기준금리를 유지하기 위해 또 다시 통화를 공급해야 하는 모순에 빠진다. 기준금리 인상 외에는 통화량을 빨아들일 수 있는 대안이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한은 내부에서조차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난 2010년과 지난해 기준금리를 적극적으로 올렸어야 했다"는 뒤늦은 후회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은의 한 전직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금통위 내에서 가계부채 문제 때문에라도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하지만 결국 때를 놓쳤고, 이 때문에 가계부채 문제의 책임론이 한은을 옥죄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 상태에서 한은이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돼 있다"며 "가계부채 해결은 정부가 금융기관의 대출을 억제하고,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저소득층은 재정을 풀어 도와주는 미시적 대책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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