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업계의 쌍두마차인 삼성과 LG전자가 디자인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술력 격차는 점차 좁혀지는 가운데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차별화된 디자인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서울 서초사옥에서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 겸 디자인경영센터장 주재하에 각 사업부장들을 모두 소집해 디자인 전략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윤 사장 외에 신종균 IT&모바일(IM) 부문 사장과 이상훈 경영지원실 사장, 이돈주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 사장, 김현석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사장 등 삼성전자의 완제품(세트) 사업을 총괄하는 경영진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삼성전자가 채택 중인 디자인 전략 '디자인 3.0'을 보다 구체화할 수 있는 실행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자인 3.0은 단순히 제품의 외적인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부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치 창출을 최우선으로 하는 삼성전자의 새로운 디자인 경영 전략이다. 아울러 삼성전자 경영진은 성장을 이끌고 있는 스마트폰과 2015년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생활가전 분야의 디자인 강화방안에 대해서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의 디자인을 총괄해온 장동훈 무선사업부 디자인팀장(부사장)을 이민혁 상무로 전격 교체하며 스마트폰 디자인의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가 지난 4월 야심 차게 선보인 갤럭시S5의 디자인이 외신들로부터 혹평을 받은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디자인 혁신에 대한 요구가 높은 상황이다. 또 평소 윤 사장으로부터 "여전히 디자인이 소비자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 받아온 생활가전도 디자인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
이에 맞춰 삼성전자는 올 들어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는 데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디자인경영센터 내 연구위원 수를 지난해 2명에서 올해 4명으로 늘렸으며 올해 초에는 VD사업부 산하의 디자인그룹을 디자인팀으로 한 단계 격상시켰다. 또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디자인 철학을 담은 홈페이지를 개설해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LG전자도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금천구의 LG전자 가산 R&D캠퍼스를 찾아 출시를 앞둔 스마트폰과 TV·가전제품 등을 꼼꼼히 살펴본 뒤 디자인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날 구 회장은 "제품 본연의 기능과 성능이 고객에게 잘 부각될 수 있도록 디자인돼야 한다"며 "철저히 고객 입장에서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끔 디자인하라"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는 구 회장 외에 구본준 LG전자 부회장과 하현회 HE사업본부 사장, 조성진 HA사업본부 사장, 노환용 AE사업본부 사장 등 LG전자 최고경영진과 제품별 사업책임자, 디자인연구소장 등이 동석해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LG전자의 디자인경영센터장을 겸하고 있는 안승권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은 이날 디자인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놓았다. 이 방안에 따라 LG전자는 디자인 중심의 신제품 개발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디자인 책임자와 주요 의사결정권자가 참여하는 디자인 위원회를 운영할 방침이다. 아울러 LG전자는 올해 초 디자인경영센터 내에 제품 영역의 구분 없이 제품 간 연결고리를 발굴하는 '통합 디자인담당'을 신설한 데 이어 산업 간 경계를 넘나드는 디자인 융합 프로젝트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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