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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업·증시 모두 “마이너스”일색(적자경제 이대론 안된다)
입력1996-12-03 00:00:00
수정
1996.12.03 00:00:00
이세정 기자
◎세수·가계부도 비상… 구조적 위기감 팽배경제가 온통 「적자」 비상이다.
경제의 종합성적표인 국제수지 적자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의 손익계산서도 대부분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고 임금동결속에 가계부도 적자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증권회사 시세판은 하락을 나타내는 파란색 일색이다. 경기가 곤두박질하다 보니 세수에도 비상이 걸려 이대로 가다간 나라살림의 적자경영마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역수지는 11월까지 1백86억달러 적자로 사상 최대기록을 경신하면서 지난해의 두배 가까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 무역수지 외에 서비스 등의 교역차까지 포함한 경상수지는 올해 무려 2백20억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경상수지 적자는 만성적자국인 미국(1천4백95억달러예상)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외채도 지난 8월말 현재 9백74억달러(총외채)를 기록, 조만간 1천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작년말 7백84억달러에서 2백억달러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한동안 잊어버렸던 외채망국론이 되살아나고 있는 판국이다.
문제는 이같은 적자비상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원인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무역수지 적자의 최대 원인으로 국제시장에서의 반도체 가격 하락을 꼽는다. 반도체 가격하락으로 인해 올해 반도체 수출규모는 당초 기대했던 3백7억달러보다 무려 1백30억달러 정도 적은 1백77억달러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같은 시각과 달리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한꺼번에 노출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3년간 엔고, 반도체 특수호황 등으로 인한 거품 때문에 가려졌던 우리 경제의 고질적 문제점들이 동시에 드러나면서 나타난 결과일 뿐이라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윤호LG경제연구원대표는 『현재 경제상황은 위기신호를 강력히 보내고 있다. 아직은 헤어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지만 이대로 조금만 더 약해지면 치유불능의 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윤제 경제부총리 자문관도 『올해 경상수지 적자 등은 반도체 가격하락 등에 따른 특수요인의 영향이 크다. 그러나 당분간 이같은 상황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뼈를 깎는 구조적 접근이 시급한 시점이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년 경제운용의 최대 과제로 경상수지 방어를 꼽고 있는데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경상수지 방어와 함께 놓쳐서는 안될 과제가 물가안정이라고 볼 때 이들 두가지 목표를 균형있게 달성하려면 결국 성장률 저하라는 아픔을 감수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이윤호 대표).
특히 정부가 현 경제상황을 비상상황으로 인식하고 이를위한 정책선택을 과감히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경상적자의 축소와 수출증대가 더이상 피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인데도 정부의 대책은 아직도 탁상공론에 머물고 있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이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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