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변형석씨는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러 갔다가 창구 직원에게 '先 변동금리 後 갈아타기'를 권유 받았다. 현재 2%대인 변동금리 상품을 대출 받은 후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이 없는 3년 뒤에 보다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 상품으로 갈아타라는 것이 창구 직원의 권유였다. 변씨는 "향후 금리 상승기를 감안해 고정금리 대출 상품에 가입하는 것을 고려했지만 3년 뒤 타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며 "고정금리 상품에 비해 변동금리 상품 금리가 훨씬 싸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최근 은행들이 교묘한 마케팅으로 변동금리 대출을 권유하고 있어 고객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3년 후를 예단하기 어려운데다 주거래 은행이 아닐 경우 우대금리를 받기가 어려워 실제 대출금리가 당초 제시한 만큼 낮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서울경제신문이 시중은행 지점 여덟 곳을 직접 방문해 취재한 결과 대부분의 은행 대출 창구에서 변동금리 상품을 권했다. 변동금리 위험성에 우려를 보이면 일단 대출을 받은 다음 중도상환수수료 부과 기간이 끝나는 3년 후에 더 좋은 조건의 상품으로 갈아탈 것을 권유했다.
A은행 대출창구에서는 "변동금리 상품 금리가 고정혼합상품에 비해 0.28%포인트나 저렴하기 때문에 이 상품을 권할 수밖에 없다"며 "변동금리가 불안하면 3년 후에 정부의 정책 상품이나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면 된다"고 설득했다.
대출상담표의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항목 부분을 형광펜으로 칠하며 대출 갈아타기 요령을 가르쳐주는 곳도 있었다. B은행 직원은 "최초 대출금의 20%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매년 상환이 가능하다"며 "수수료율도 만기일까지 계속해서 낮아지는 슬라이딩 구조이기 때문에 내야 하는 수수료와 금리 혜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갈아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권했다.
이들의 제안은 얼핏 합리적인 듯하지만 문제는 올해 말은 물론 중도상환수수료 부과 기간이 끝나는 시점의 금리다. 고정혼합 대출 상품의 금리가 한 달 사이 최고 0.4%포인트가량 뛰는 등 수치가 널뛰기하는 상황에서 3년 뒤 금리는 더욱 예측하기 힘들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기준금리 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당장 하반기에 미국이 금리를 올려 한은의 기준금리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께 인상된다고 가정하면 올해 변동금리대출을 받은 사람은 꼼짝없이 2년 동안 계획한 것보다 많은 대출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은행들이 1년 주기 변동금리 상품의 경우 6개월 주기 상품에 비해 최대 0.5%포인트가량 금리를 높게 설정한 것 또한 금리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다.
금리 쇼핑은 사실상 주거래 은행 내 상품으로만 가능하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국민은행의 경우 가계대출시 최대 1.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데 급여이체(0.3%), 신용카드사용액(0.3%), 수신평잔(0.1%) 등 항목이 세분화돼 있어 기존 고객이 아니면 이를 다 받기 힘들다. 우리은행 또한 연금수령(0.3%), 청약저축 또는 정기적금(0.3%), 신용카드사용액(0.2%) 등 조건이 까다롭다. 결국 기존에 대출을 받았던 은행을 벗어나기 힘든 구조인 셈이다. 결국 은행의 금리 쇼핑 권유에 현혹되지 말고 향후 이자 증액분을 충분히 부담할 수 있는지를 세세히 따져보고 상품을 선택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안심전환 대출로 가계대출 여력이 늘어난 은행들로서는 탄력적으로 운용 가능한 변동금리 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대출 갈아타기'라는 옵션은 변동금리에 대한 고객의 불안을 덜어줄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이라며 "향후 시중금리 변동성을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금리가 올랐을 때의 금융비용도 계산한 후 대출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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