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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아카시아

매혹적인 향기로 잘 알려진 아카시아는 해마다 흐드러질 듯 흰 꽃을 내며 오가는 이의 시선을 붙든다. 꿀의 양에 있어서도 빼놓을 수 없는 나무지만 다가서 보면 거친 가시를 품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눈에 뵈지 않는 뿌리. 생명력이 유난한 이 나무는 엄청난 속도로 뿌리를 내며 주변 나무를 모두 고사 시키는 위험한 존재다. `여고괴담` `눈물`의 박기형 감독이 세 번째 영화 `아카시아`를 17일 선보인다. 여배우 심혜진을 5년 만에 스크린 앞으로 불러낸 감독은 이번에도 공포물을 관객 앞에 내민다. `여고괴담`을 기억하는 관객에게 `아카시아`란 사실 낯설지 않은 이름. 촬영 당시 건물을 내어준 학교측을 속이기 위해 택했던 제목이 바로 아카시아다. 실상 그때부터 기획됐다 봐야 한다는 게 감독의 변. 직물공예로 소일하는 미숙은 산부인과 의사인 남편 도일, 인자한 시아버지와 함께 교외 전원주택에서 살고 있다. 평화롭고 안락한 가정에 부족한 게 있다면 오직 아이. 부부는 고민 끝에 아이를 입양하기로 결심한다. 본시 좀 어린 아이를 원했지만 미숙은 진성이라는 아이가 그린 그림에 마음을 빼앗긴다. 이진성에서 김진성이 된 아이는 뭉크의 `절규` 풍 그림을 매일 그려대는 다소 페쇄적인 캐릭터. 온 가족이 서로의 존재에 비로소 익숙해질 무렵 미숙은 아이를 갖게 된다. 결혼 10년 만에 혜성이 태어나자 가족은 기쁨에 휩싸이지만 진성은 차츰 귀찮은 존재가 되어간다. 영화 `아카시아`는 아카시 나무처럼 친근함과 두려움, 진실과 가면이 공존하는 `가족`및 `인간`을 해부한 작품이다. 낭자한 피나 귀신 등이 전혀 등장치 않는 공포의 무게가 세련된 편. 관습을 두드리는 이중적 메시지나 극적 미장센 모두 평가할 요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텔링 구조 자체가 가벼운 게 흠. 영화 전체의 몰입도와 공감대마저 떨어뜨리는 `마지막 한 걸음`이 아쉽다. 남편 도일 역의 김진근은 연극배우이며, 명배우 김진규의 아들이다. <김희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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