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2008년 도입 이공大 출신도 지원가능

지난 64년부터 40년간 법조인 등용문이던 사법고시가 오는 2013년 완전 폐지되는 대신 미국식 법학대학원인 3년제 로스쿨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로스쿨 도입으로 짧게는 수년, 길게는 십수년 이상 사법고시에 매달려 고시촌을 전전하던 고시생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반면 4년 뒤에는 ‘하버드 법대생’과 같은 엘리트 법학대학원생들이 밤낮없이 법학 공부에 몰두하는 새로운 풍속도가 자리잡을 전망이다. 아울러 그동안 사법고시를 고리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90여개 법과대학 또는 법학과, 그리고 교수ㆍ강사들은 존립위기를 맞게 됐다. 또 2만~3만명의 고시준비생을 대상으로 성업 중이던 고시학원과 고시촌 역시 향후 몰아칠 찬바람에 대비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로스쿨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을 경우 로스쿨 입학시험은 제2의 사법시험으로 이름만 바꾼 ‘찻잔 속의 개혁’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법시험이 그동안 인구에 비해 턱없이 적은 합격정원을 유지, 합격자들에게 부와 명예를 주는 출세수단으로 기능해왔다는 점에서 로스쿨 정원을 사법시험 수준으로 동결할 경우 그에 따른 폐해들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11년 로스쿨 법조인 첫 배출=로스쿨은 2008년도에 첫 입학생을 받아 6학기(3년) 수료가 끝난 2011년에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다시 말해 2004학번인 현재 대학 1학년이 졸업할 때 로스쿨이 생긴다. 당초 대법원은 로스쿨 수료생의 ‘80% 가량이 합격하는 변호사 자격시험’을 상정했다. 그러나 사개위는 ‘로스쿨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할 경우 비교적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라는 문구에 최종 합의했다. 로스쿨 입학자격은 전공에 관계없이 학사학위 소지 이상이면 된다.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할 필요가 없으며 공대ㆍ이과대 출신 졸업생도 지원이 가능하다. 적성시험과 학부성적ㆍ어학능력ㆍ사회활동 및 봉사활동 경력 등을 종합해 선발한다. 적성시험은 미국 로스쿨 입학시험(LSAT)과 유사하게 암기한 지식의 양이 아닌 법학 수학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판검사 임용의 경우 아직까지 구체적인 안이 마련되지 않았으나 법원과 검찰은 변호사 자격증 취득자를 대상으로 로스쿨 성적을 반영하거나 별도의 시험을 거쳐 판사와 검사를 각각 선발할 것으로 보인다. ◇입학정원이 개혁성패 관건=법조계 일부에서 법률서비스 개선을 위해 현재 6,000여명에 불과한 법조인 수를 2020년까지 7만명 수준으로 크게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감소를 우려한 변호사들의 반발로 이 같은 증원이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만약 로스쿨 입학정원을 현 사법시험 수준으로 묶는다면 로스쿨 도입의 의미가 크게 퇴색될 수밖에 없다. 로스쿨 입학시험이 제2의 사법고시로 전락, 법조인의 전문성ㆍ다양성 제고라는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기 힘들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로스쿨 정원의 확대 여부가 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관건이 된다. 아울러 법률시장 개방에 따라 해외 로스쿨 졸업자에게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줄지 여부 역시 국내 로스쿨이 제대로 착근하는 데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