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램시마가 유럽 판매승인을 따내면서 셀트리온은 강력한 성장 파이프라인을 마련하게 됐다. 매년 1~2개 제품을 론칭해 개발→판매→자금회수→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된 것. 특히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바이오시밀러로 매출을 늘려 향후 바이오신약 개발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김상현 계명대 동산병원 류마티스 내과 교수는 "바이오시밀러를 실제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곳은 화이자ㆍ로슈 등 대형 글로벌 제약사들인데 이들보다 앞서 유럽 허가를 받아냈다는 점은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브랜드 가치를 구축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면서 "선진국에서도 의료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도입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첫 바이오시밀러로 시장 확대=항체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약효는 유사하면서도 30% 이상 저렴한 가격경쟁력이 강점이다. 항체의약품은 화학합성의약품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좋지만 비싼 가격과 기술장벽으로 주요 다국적 제약사가 시장을 주도해왔다. 대표적으로 얀센의 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경우 연간 치료비가 2만달러에 육박해 주로 선진국에서 사용됐다. 지난 2009년 기준 국가별 바이오의약품 소비 현황에 따르면 전체 바이오의약품의 90% 이상이 북미ㆍ유럽 등 선진국에서 소비됐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는 이러한 체제를 깨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격 메리트를 바탕으로 신흥시장 침투가 용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각국 정부가 램시마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피력했다.
오리지널 제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레미케이드에 이어 리툭산ㆍ휴미라ㆍ허셉틴 등 블록버스터급 항체의약품들이 오는 2017년까지 줄줄이 특허가 만료된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IMS는 2017년까지 특허가 풀릴 항체의약품 시장 규모가 약 450억달러(약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후발주자와 최소 3~4년 이상의 격차를 벌리고 있어 시장 선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조만간 열릴 바이오시밀러 시대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 올라선 것.
◇후속작 매년 나온다=셀트리온은 현재 약 14종의 항체의약품 개발에 착수했다. 김형기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은 "내년부터는 매년 한두 개씩, 2016년까지 9개 정도의 바이오시밀러를 내놓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매년 1종 이상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동시에 새로운 제품의 허가를 준비하는 전략인 셈이다.
우선 이달 초에는 유방암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CT-P06'에 대한 임상시험을 모두 마무리한 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신청서를 낸 상태다. 다음달 말까지 러시아ㆍ독립국가연합(CIS) 지역에서 품목허가를 완료하고 9월 유럽의약품청(EMA)에도 허가신청할 계획이다.
또 최근에는 림프종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CT-P10'의 임상1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올해 하반기 임상3상에 착수해 이르면 내년 말 임상을 종료하고 본격적인 허가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나아가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로 안정적인 자금흐름을 구축해 새로운 시장을 대비한 바이오신약 개발에도 뛰어들겠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대표적으로 항체신약인 종합 독감 치료제 'CT-P27'은 최근 중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신형 조류인플루엔자(AI) 억제효과가 있다는 점이 확인돼 영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임상에 들어갔다.
◇바이오시밀러란=원조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기간이 끝난 뒤 이 제품을 본떠 만든 동등한 품질의 의약품을 말한다. 바이오시밀러 제품은 기존 오리지널 의약품에 비해 50~70% 수준으로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어 가격경쟁력이 가장 큰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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